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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혜정 May 09. 2024

말레이시아, 애주가라 미안해

말레이시아 현지 음식에 대한 기쁨과 슬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건 나" 
자칭 '나 연구 학자', 본업은 16년 차 윤리 교사입니다.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글로 씁니다. 
이 글의 끝에는 [오글오글(오늘도 글을 쓰고, 오래오래 글을 씁니다) 질문]이 주어집니다. 
함께 쓰며 '나 공부' 같이 해요.




2019년 8월 발리에 갈 때,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경유했다. 공항 푸드 코트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로 했는데, 새벽이라 그런지 문 연 곳이 몇 군데 없었다. 그중 말레이시아 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메뉴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어묵국수를 시켰으나 품절이었고, 주문 가능한 것 중 가장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생선국수를 주문했다. 생선국수라고 해봐야 멸치 육수를 쓴 잔치 국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건 정말 생선이 올려진 국수였다. 그것도 비늘이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생선! 거기다 국물 색깔은 분홍색!! 충격적이었지만 현지식이라 낯설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한 젓가락 떴다. 국물에 떠다니는 비늘을 휘휘 저어 멀리 보내고, 면만 건져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읍! 나는 안 먹을게요."



미간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내려놨다. 해외 나가면 일부러 현지식을 찾아다니고, 낙후된 환경에서도 이것저것 잘 먹는 내가 한 젓가락 개시 후 꼬리를 내린 건 처음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비린맛이 났기 때문이다. 음식이라면 가리는 것 없이 먹는 사람인데, 비위가 배고픔을 이겼다. 



그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는 우리 부부의 여행 후보에서 지워졌다. 말레이시아는 갈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공항을 경유하는 일은 있어도 공항 밖으로는 나가지 말자고까지 얘기했다. 음식 하나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신기하다. 다시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에 '한 달 살기'를 검색할 때마다 '말레이시아는 한 달 살기에 최적화돼있어요. 물가도 너무 싸고요. 모든 음식이 맛있어요. 절대 실패 안 해요.'라는 말에 자꾸 혹하는 것이다. 거기다 발리로 가는 항공편 중 가장 좋은 시간대는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거였다. 고민에 빠졌다. 7시간을 공항에서 버틸까. 쿠알라룸푸르에서 며칠 놀다 발리로 갈까.



말레이시아가 그렇게 좋다는데...



결론은? 유튜브의 승리. 7시간 멍 때리는 게 아까워 쿠알라룸푸르에서 꽉 찬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다. 실제로 쿠알라룸프르에 머물며 많은 음식을 먹었다. 평소 도시, 쇼핑몰, 관광지는 가지 않기에 화려한 도시 쿠알라룸푸르에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일이라곤 도시의 어스름한 뒷골목을 어슬렁 거리다 배가 고파지면 현지식당을 찾아 무언가 먹는 일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말레이시아 음식에 대한 오해를 풀었을까? 사람들의 말대로 말레이시아 음식은 실패할 일이 없을까? 결론을 말하기 전에 먹었던 음식 사진을 풀어 본다. 사전 조사 없이 길 가다 땡기거나, 구글맵으로 근처 식당 리뷰를 확인하고 먹은 것들이라 말레이시아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말레이시아 음식은 사랑이다.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슬픈 반전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민의 60%가 이슬람교도다. 이슬람교는 금주가 교리다. 그래서 술 파는 곳이 귀하고, 술값이 비싸다. 반주를 즐기는 애주가에게는 크나큰 아픔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현지식을 2,000~3,000원에 먹어도 맥주 한 병이 약 8,000원이기 때문에 각 1병씩 클리어하면 20,000~30,000원이 지갑에서 사라진다. 그렇다고 술을 안마실 순 없으니 아껴 먹으며 한국 소주를 그리워했다. 취하지도 않는데 가격도 비싸다니. 눈물을 머금고 다짐했다. 



"애주가에게 말레이시아는 안돼."



결국 말레이시아는 우리 부부의 여행 후보지에서 또다시 삭제됐다. 사랑스러운 말레이시아 음식들아, 술 값이 저렴해지는 그 날, 다시 만나자. 애주가라 미안해!








[오글오글 질문]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여행지가 있나요? 그 여행지에 얽힌 사연을 글로 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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