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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띠 Jan 31. 2023

아름다운 뿌리를 가졌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아름답다는 말의 뜻을 접했습니다. 아름답다의 아름이 '앓다'처럼 고통에서 온 뜻이라던가요, 아픔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정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삶이 가진 모순된 점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괜찮은 의미부여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 매거진의 이름은 <아름다운 나의 뿌리>인데요, 여기서 뿌리는 가족을 의미합니다.


드롭백 과정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건 '드롭백'을 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터질듯한 다리의 힘과 활짝 열린 가슴이 동반되어야 하는 이 자세는 바르게 선 채로 시작합니다. 다리의 힘을 이용해서 허리를 보호하고 천천히 두 팔을 뒤로 뻗어 결국에는 두 손바닥이 바닥을 짚는 자세죠. 


오후 2시 수련에서 드롭백을 할 차례였습니다.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서 무서워 눈을 감고 있는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어요. "지구에서 팔이 뻗어져나와 나의 발목을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해봐" 이렇게요. 마음 속에서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것과 지레 겁을 먹고 '할 수 없어'라고 믿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말과 함께요. 


'할 수 있다'라는 만트라를 외치면서 마음 속으로 지구에서 정말 줄기가 뻗어져나와 내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상상을 했습니다. 발이 들창들창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조차도 나의 뿌리가 되는 지구가 내 두 다리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이 있었어요. 


나는 나의 뿌리가 되는 가족을 사랑하긴 했지만 나의 뿌리가 단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수련을 하면서 나의 뿌리가 되는 지구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나의 뿌리가 되는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의 기반이 되어준 지구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 단단함을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나의 뿌리인 부모님의 존재와 그 단단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지구라는 뿌리가 나에게 있다는 안정감과 존재감은 강력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이 세상에 혼자가 된 느낌일 때조차도 나의 두 발은 항상 땅을 짚고 있었으니까요. 내가 달릴 수 있는 힘과 어려워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단단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구는 나를 차별하지 않았고 지구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항상 나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뿌리가 되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로는 서운한 마음도 들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나누지만 다시 일어서는 가운데에는 항상 부모님과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나의 뿌리는 단단했는데 뿌리에 대한 나의 믿음이 부족했을 수 있겠네요. 


그래서 항상 기억하려고 합니다. '나의 뿌리는 단단하다' 단단한 뿌리가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강력한 용기가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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