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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Apr 30. 2020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왜 다름을 인정하지 않나요?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상담받으러 왔다.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키가 작고 곱상하게 생긴 외모지만  왠지 에너지가 느껴지고 얼굴 표정도 밝았다.

느낌이 좋다.


아이는 학교에서 자꾸 선생님한테 지적을 당하고 산만하고, 담임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상담을 받고 오라고 했단다.

그런데 엄마는 상담을 받기 전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아이는 좀처럼 얘기를 안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선생님 , 다른 학원하고 여기는 좀 다르네요?"

기회다 싶어 물어봤다.

"어떻게 달라?"

"그냥요, 책상도 그렇고 샘(선생님)도 좀 그렇고."

아이들은 쉽게 속내를 꺼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는 내일 다시 온다면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혼자 온다면.

어머니도 차분하시고 온화해 보이셨다. 

말씀하시며 아이를 탓하기보다 아이가 이런 상황이 된 것을 안타까워하시며 말을 아끼셨다.

엄마는 직장에 다니시니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다음날 아이가 왔다. 

어제 보다는 좀 편해 보였다.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고 질문도 하고 ,  특히 수업 시간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지적당하는 것이 억울하고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 재미없고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비판)을 쏟아냈다. 

일방적으로 아이의 말을 들으면 선생님이 너무 하신 것 같고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더구나 재미있고 솔직하게 말을 하니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고 아이 입장에 맞장구도 치게 됐다. 


아이는 그다음 날도 오고 그렇게 며칠을 왔다. 

그동안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간간이 질문도 했다. 

일주일이 지나 다른  학과목 학원도 안 다니고 이렇게 매일 올 거면 공부를 하자고 했다.

아이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많이 시키지는 말라고 했다. 

그래서 수학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국어를 하기로 했다. 

특히 국어는 아이가 싫증 내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내가 그 어느 과목보다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다. 


아이는 너무 다정하고 감수성도 뛰어났다. 

남자아이들은   이 시기에 보통 길게 얘기하기 싫어하고 , 특히나 감정과 느낌을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멋쩍어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국어책을 보다 느낀 점을 표현할 때는 더 귀담아듣게 된다. 

아주 개인적인 자신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묘한 설득력이 있다. 

한 번은 호기심이 생겨 "네 꿈이 뭐니"하고 물어보니 영화감독이라고 했다.

"어쩐지  네가 하는 이야기가 샘은 너무 재미있다. 너한테 잘 어울릴뿐더러 자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그 이후 아이는 자신이 본 영화 얘기를 많이 했다. 나도 본 영화를 그 아이는 자신만의 관점과 아주 세세한 것까지 묘사하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선생님)이 너한테 배운다는 고백?을 여러 번 했다. 

아이가 오는 것이 기다려졌다. 


그 이후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2시간도 훌쩍 넘겨하곤 했다. 

이런 아이를 ADHA  증세가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라고 담인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엄마는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엄마는 얼마나 놀라고 아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남자아이는 특히 자신이 관심이 없으면 흥미를 잃고 특히 수업 시간에는 산만하기 일쑤다.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서워하거나 자신의 생각이 있는데 무조건 선생님 말에 따르거나 순종하는 척하지도 않는다. 

이럴 때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자시니 아이에게 전적으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안타까움과 , 엄마들과 활발한 교류도 없으니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하며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거나 소심해질 수밖에 없다. 



며칠 나오지 않고, 엄마가 전화도 없으시더니 결국 아이는 대안 학교로 전학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너무 안타깝다. 대안 학교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더구나 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주변에 덜 신경 쓰시고, 내 아이 위주로 생각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아이를 더 이해하고 무엇보다 어머니께 좀 더 소신 있고 확신을 가지고 임햇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게 남는 아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만이 달리 표현된 것뿐인데.

차라리 조용하고 평범하게 묻힐 수 있는 아이라면 괜찮았을까?  그러나 이건 그 아이에게는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 아이 얼굴이 가장 먼저 떠 올랐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았다면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영화와 관련된 공부를 하며 자신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거나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해 너무 아쉽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내와 아들이 가장 기쁨을 나누는 기사를 보았다. 

아내가 어려웠던 시절을 가장 많이 이해해 주고 지지해줬다고 고마움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혔다는 기사도 함께 올라왔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보다 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야 오랜 시간 힘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개강으로 활기찰 캠퍼스가 숨죽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아이가 부쩍 더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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