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새로운 실험
보통 시리즈 말미에 여행지 이곳저곳을 쓸어 담아
꾸역꾸역 그려 넣고 여행 드로잉을 마무리하고는
했다. 그림이란 단순하면 단순 한대로, 복잡하면 복
잡한대로 묘한 매력이 있으나 대게 독자들은 단순
한 그림보다 좀 더 크고 복잡한 그림에 좋아요 하트
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그 유혹
에 목말라하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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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나 우리 동네 연작을 그리기 전에 한참
동안 백지를 바라본다. 선뜻 손이 가지 못하는 것은
다른 작가도 나와 같으리라. 첫 삽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그려나가다 보면 살이 올라 새 생명이 빚어짐을 바라보는데 그때는 탄력이 붙고는 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은 인내와 끈기의 산물
이다. 그것이 부족해서 항상 졸작으로 머무니 문제
지만 말이다.
가끔은 같은 주제를 두고 분할하여 그리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결합해서 이질감에서 오는 색
다른 느낌을 표현해보기도 한다. 그것은 작은 실
험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 쓰는 화면 분할 법과도 통
하는 기법일 수 있겠다. 몇 개의 소재를 다양한 나눔
조합, 분해, 배치를 통해 새로운 그림을 탄생시키고
자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