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프로젝트 #1
쇼룸에서 받는 질문 올타임 넘버원.
"이거 어떤 게 나은지 봐주실 수 있나요?"
왜 내가 봤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남이 봤을 때는 '왜 이렇게 고민하지? 저게 훨씬 더 나은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더 객관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뭐가 더 나은지 크게 망설임 없이 이야기해줄 만큼 어렵지 않은 것들이요.
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쇼룸에 와서 써보는 분들까지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을 때였어요.
'근데 얼굴형으로 추천해주는 건 너무 뻔하지 않나?'
내 생김새로 안경을 제안해주는 방식은 진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진저다운 방식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먼저 사람들과 직접 피부로 맞대고 있는 안경들부터 살펴봤습니다. 대표님은 새로운 안경을 만들 때 우선 그 안경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린 다고 해요. 예를 들어 모델 중 '다이버'란 사람은 갈등은 싫어해요. 성격은 순하지만 은근 고집 있고 은근히 보수적인 사람이죠. 이런 것처럼 진저에 있는 안경들은 모두 각자의 성향을 가진 개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제품에서 좀 더 멀어져서 '진저' 답다는 건 뭘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를 명문화하진 못했지만 대략적인 의미는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살아보기.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도 함께 느껴보기.
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안경이 의외로 잘 어울릴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안경에 대한 인식이 더 넓어지게 되고 좀 더 나한테 맞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나랑 정 반대에 있는 것을 경험해야 오히려 나랑 가까운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진저에서는 이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진저다운 안경 추천 방식이란, 고객 성향에 맞는 안경을 추천하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할 수 있는 얼굴형으로 추천을 한다면 고객은 분명 이전과 같은 결과들만을 받을 것이기에, 다른 기준을 통해 추천해보자. 그렇게 되면 고객들이 평소 내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던 안경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표님과 상의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 나오기 전,
쇼룸을 방문했던 오랜 고객님에게 안경 추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고 말씀을 슬쩍 드려봤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 얼굴형으로 추천해주시는 거죠란 말에 어 이거 뭔가 잘못된 건가 싶었습니다.
실은 고객들이 정말 필요했던 건 '실제로 어울리는 안경을 찾고 싶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