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로운 길을 두 번 선택한 이유
나는 15년간의 커리어에서 총 세 번의 이직을 했다. 그 중 마지막 두 번은 십년간 몸담았던 산업을 떠나 IT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를 꾀했고, 그 다음이자 마지막 이직은 원래 산업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 정착한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만족하고 있다.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같은 산업에서 일하면서 어느정도까지는 심심한 줄을 모르고 일했다. 2-3년마다 업무가 바뀌기도 했고 초반에는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그러다 십여년이 지나가면서 중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하다 보니 이런 같은 일만 이삼십년을 하는 게 맞는 것인가, 내가 너무 내부적인 일에만 몰두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고 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커리어 삼년차, 오년차에 온다는 권태기를 지나고 십년차 즈음에 고민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때마침 나는 이직을 앞두고 있었다. 이왕 결심한 이직, 굳이 산업을 제한하지 말고 널리 옵션을 펼쳐보기로 했다. 부서는 다행히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산업군을 모든 산업으로 넓혀 알아보기 시작했고 나의 관심과 미래에 성장 잠재력, 나의 현재 일과의 연관성 (어느 정도 경력은 살려가야 하니)를 기준으로 세 가지 산업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그리고 이내 두 산업으로 좁혀졌는데 첫 이직은 타이밍 좋게 원래 산업군에 좋은 기회가 와서 일단 남아있기로 했다.
하지만 한 번 심지가 켜진 호기심은 이삼년이 지나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창창했던 그 회사의 미래를 접어둔 채 새로운 길을 떠났다.
많이 알아본다고 알아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 들어갔지만 직접 부딪혀 본 바는 너무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달랐다. 그렇게 보낸 삼년여의 시간동안 생각지도 못한 많은 걸 배웠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지식을 많이 배울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난 너무 많은 소프트 스킬 (soft skills)을 배워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이 내 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위 말하는 핏 (fit)이 아니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지만 다시 난 발길을 옮겨 원래 산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 얻어온 선물이 있다. 지금 가는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아마 이 확신은 발로 뛰고 경험한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얻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로 얻은 소프트 스킬과 다른 산업에 대한 이해도 내 자산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호기심을 남기지 않은 점도 너무나 후련하다.
"The career is not a ladder, it's a jungle gym."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가 한 유명한 말이다. 내가 경험한 커리어 변화는 정글짐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고, 결국 그 과정을 통해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호기심은 때로 유용한 이정표다. 나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듣고 그 길을 따라 탐색의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