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원더(2017)>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by SonaTina

누구나 때가 되면 '홀로서기'를 한다. 이 시기에는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처음 겪는 난관에 부딪혀가며 자신만의 답을 찾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인생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기에, 이 시기에 겪었던 사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잔상처럼 남아있다.


5학년 입학식을 맞이한 주인공 ‘어기’ 역시 홀로서기를 앞두고 있다. 그는 마인크래프트, 과학, 핼러윈 옷,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평범한 10살 소년이다. 남들과 다른 점은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천적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그는 자신의 외모를 콤플렉스로 여겨 늘 우주복 헬멧을 쓰고 다닌다. 헬멧을 쓴 어기는 늘 자신이 우주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바깥과는 달리, 우주 속에서는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어떠한 것들도 등장하지 않기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내면의 세계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입학식 전까지의 그는 오로지 자신이 만든 우주에서만 마음껏 뛰어오른다.


하지만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와 방향은 외부의 힘이 없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어기의 과학 선생님의 말처럼, 온종일 내면세계에만 갇혀있던 어기는 입학식 이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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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의 첫 학교 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반에는 그를 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반 줄리안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받기도 하고, 그가 손꼽아 기다렸던 핼러윈 데이에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잭에게 험담을 듣게 된다. 어기는 이에 대한 트라우마로 사람들에 대한 벽을 더욱 견고하게 쌓는다.


하지만 어기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덕분에 극복하기도 한다. 평소 어기를 눈여겨보던 같은 반 친구 썸머는 주변 시선을 아랑곳 않고 그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다가간다. 잭 또한 주변 상황에 휩쓸려 어기를 험담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에게 진정으로 사과한다. 무엇보다 어기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은 가족들의 따스한 믿음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자신의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는 어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그를 무작정 보호하기보다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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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얼굴에 흔적이 있어.
마음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 주는 지도고 얼굴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 주는 지도야.
절대로 흉한 게 아니야.

<원더(2017)> 어기 엄마의 대사


난관을 극복한 어기는 잭과 함께 과학 경시 대회에 출전해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그 덕으로 많은 친구들과 친해진다. 겉모습을 상관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기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전과 같은 괴롭힘에도 쉽게 기죽지 않는다. 도리어 잭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7학년 학생들에게도 용기를 내어 친구를 지키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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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곳이 싫으면 있고 싶은 곳을 떠올리렴.'


어기는 난관을 겪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환호를 받는 모습을 떠올린다. 한 번은 우주복을 입고 있고, 한 번은 핼러윈 가면을 쓰고 있다. 홀로 오랜 시간 틀어박혀 있었던 그는 사실 누구보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는 평범한 일상을 꿈꿔 왔다.


초반의 어기의 상상은 끝내 현실이 된다. 졸업식 날,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의 대상자로 어기의 이름이 불리고, 헬멧이나 핼러윈 가면 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많은 친구들의 환호를 받는다. 하지만 어기의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을 존중해 준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을 돌리며, 누구나 각자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음을 담임 선생님의 마지막 격언을 통해 드러낸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원더(2017)> 어기의 담임 선생님의 격언


영화는 어기의 성장 서사와 더불어,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 역시 어기처럼 내면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어기의 누나인 비아는 가족들이 동생만 챙기는 것에 익숙해져 늘 공허함을 느꼈지만, 남자친구인 저스틴의 격려로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비아의 친구 미란다는 늘 비아의 삶을 동경하고 그녀를 모방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비아가 원했던 연극 <우리 읍내>의 주인공 '에밀리' 역할을 그녀에게 양보한다. 어기의 친구인 잭 역시 초반에는 주변 눈치를 보는 인물이었지만, 어기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깨닫는다. 이렇게 영화는 주변인들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추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부적, 내부적 갈등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주변인들 역시 어기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며, 어기의 이야기 역시 여느 또래들처럼 방황과 혼란, 갈등을 겪고 성장하는 평범한 남자아이의 홀로서기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그저 무덤덤하게 ‘남들처럼 5학년을 무사히 마쳤다’는 어기의 내레이션처럼, 그와 주변인들의 성장 스토리는 무심결에 지나간 우리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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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으로 가득한 어기의 홀로서기를 보며, 이제 막 인생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던 그 시절 나의 모습을 되감아본다. 자그마한 갈등에도 어려워하고 늘 해답을 찾고자 했던 당시의 모습이 떠오르고, 나의 곁에 남아있던 주변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파편처럼 남는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을 겪으며 자신만의 방향성을 갖춘 결과가 아닐까.


그렇기에 매일같이 격언을 이야기하던 어기의 담임 선생님과 같은 심정으로, 이제 막 첫 고비를 넘긴 어기와 친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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