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한 여정의 최종 목적지

<포레스트 검프(199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by SonaTina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기록에 따른 결과가 가장 중요한 단거리 달리기와는 다르게, 마라톤은 완주 자체에 의의를 둔다. 과정이 힘들더라도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포레스트 검프> 또한 주인공인 포레스트의 인생을 담았다. 특히 영화에서는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태어난 그가 전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말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비유처럼 그의 뜀박질은 포레스트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자, 그가 삶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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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의 여정은 처음 신발을 신으면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첫 신발은 보조장치가 잔뜩 달린 신발이다. 낮은 지능과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입학 자격조차 갖기 힘들었던, 남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아이였다. 그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한 제니와 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포레스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이를 지켜보던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소리친다.


Run, Forrest, run!


그렇게 포레스트의 생애 첫 뜀박질이 시작된다. 그의 재능을 발견한 순간이기도 하다. 보조장치도 없이 달렸던 그는 누구보다 빨랐다.




P1. 포레스트의 여정


어린 포레스트의 뜀박질은 그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놀라운 사건들의 첫 단추가 되었다. 고등학생이 된 포레스트가 괴롭힘을 피하고자 달리는 모습을 본 미식축구 감독은 그를 대학에 입학시켜 선수로 뛰게 한다. 특유의 빠른 다리로 선수로서 크게 활약하여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도 하고, 졸업 후 제의를 통해 육군에 입대하기도 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당해 한동안 군 병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우연히 탁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길로 탁구 대표팀에 들어가 국가적 영웅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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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 속에는 많은 만남과 이별도 있었다. 포레스트는 군 생활을 하며 버바와 친해진다. 가업을 이어 새우 사업을 꿈꾸던 그는 자신이 선장이 되고 포레스트가 일등 항해사가 되어 함께 새우잡이를 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갑작스러운 포격으로 당혹감을 느낀 포레스트에게 버바는 ‘Run, Forrest!’라고 외치고, 포레스트는 그의 말에 따라 전력으로 달린다. 하지만 동시에 동료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던 그는 돌아가서 많은 병사들을 구하다가 정작 자신의 친구인 버바를 구하지 못한다. 포레스트는 복무가 끝난 직후 탁구채광고 보상으로 받은 2만 5천 달러를 가지고, 못다 한 버바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포레스트가 당시 전장에서 구해준 인물 중에서는 댄 테일러 중위가 있었다.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가득했던 그는 다리 불구가 되어 버린 자신에 대해 한탄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다. 전역 후 댄 중위와 다시 만난 포레스트는 ‘인생의 실패자’로 불렸던 그와 새우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이 번창하자, 댄 중위는 삶의 희망을 되찾아준 포레스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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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정말 묘해요."


떠난 인연이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위대한 업적을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 것과 같이, 포레스트의 여정은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난 그저 탁구를 쳤을 뿐’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P2. 그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그의 여정에도 목적지가 있었다. 그의 마음은 항상 제니에게 향해 있었다. 포레스트는 제니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달려간다. 제니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함께 달아나고, 포크송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성적인 조롱을 당할 때도 그녀를 밖으로 빼낸다.


‘콩과 콩깍지 같은 사이’. 어린 시절부터 제니와 함께 해왔던 포레스트는 그녀와 자신의 사이를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제니는 그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삶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였던 포레스트와 다르게, 제니에게는 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제니는 자신이 멀리 날 수 있게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하늘에 기도한다.


그녀는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어서 샌프란시스코로 훌쩍 떠나기도 하다가, 돌연 포레스트에게 되돌아오기도 한다. 제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했던 포레스트는 어느 날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제니는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피한다. 여전히 둘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다시 포레스트의 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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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느꼈던 그는 이유도 없고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에게 있어 가장 익숙했던 방식이었다. 그의 뜀박질은 흘러가는 대로 계속되었다. 보조 장치 없이 처음 전력으로 달렸던 그때처럼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하지만 그는 끝내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그의 ‘목적 없는 달리기’는 대략 3년 2개월 만에 끝이 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보러 와달라는 제니의 편지를 발견하고, 끝내 그녀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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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Forrest, run! 제니는 항상 포레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달리던 포레스트의 일생을 가까이서, 또 멀리서 쭉 지켜봐 왔다. 그가 달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이는 제니였다. 제니의 집에 도착한 포레스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한참을 달렸어."




P3. 운명이란


이러한 포레스트의 일생은 그가 제니에게 향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옆자리의 행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라며 넘기는 이도 있었고, 흥미를 느끼고 공감하는 이도 있었다. 포레스트가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러한 방식은 영화 바깥의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어, 포레스트가 가진 인생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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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예측할 수 없었던 포레스트의 삶 속 일련의 사건들은 우연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가 가진 운명이었을까? 죽음을 앞둔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고, 뭐가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댄 중위는 어머니의 말과는 달리, ‘운명은 존재하며 모두 예정된 일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주어진 상황들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만남과 이별, 많은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그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목적지에 도달한 포레스트는 제니와 자신 사이에서 아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제니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포레스트에게는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사랑한다. 얼마 후 제니가 세상을 떠나고, 포레스트는 ‘운명’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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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댄 중위님 중 누가 옳은진 모르겠어. 우리에게 운명이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모두 바람처럼 떠다니는 건지. 하지만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것 같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건지도 몰라.

<포레스트 검프(1994)> 포레스트의 내레이션


영화 속 포레스트의 인생담은 언뜻 보면 낙천적이고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삶의 방향성과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그는 주어진 기회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 자체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답을 찾으려는 인물이다. 모두가 ‘바보’라고 생각했던 이에게,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인생의 본질과 삶의 태도에 대해 배운다.


포레스트가 끝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았던 것처럼,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깊이 고민하고 더 멀리 뛰어보자.

작은 불씨 하나로도 때로는 어둠을 밝히는 등대가 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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