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틱... 붐!(2021)>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
*영화 <틱, 틱… 붐!(2021)>과 뮤지컬 <렌트(1996)>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 <렌트>의 대표 넘버로 알려진 'Seasons of Love'에서는 수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삶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곧바로 '그것은 사랑'이라는 명료한 해답을 내린다.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고, 여전히 각국에서 공연이 올라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렌트> 이전에는 뮤지컬 <틱틱붐>이 있었다. 두 뮤지컬 모두 '조너선 라슨'이라는 작곡가의 대표작이며, <틱틱붐>은 특히 그의 현실 속 삶이 반영된 자전적 뮤지컬이기도 하다. 동명의 뮤지컬 영화 <틱, 틱... 붐!>은 해당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으며, 뮤지컬 <해밀턴>의 연출을 맡았던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감독을 맡았다.
영화는 1시간 55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뮤지컬 <틱틱붐>의 워크숍 전반을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조너선 라슨의 해설이 외부 이야기라면, <틱틱붐>의 주된 내용인 뮤지컬 <슈퍼비아>의 워크숍을 여는 과정은 내부 이야기다. 영화는 외부 이야기와 내부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며 다양한 타임라인을 넘나든다.
조너선은 8년을 공들여 만든 뮤지컬 <슈퍼비아> 워크숍을 앞두고 있다. 또한 그의 30번째 생일까지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기도 하다. 서른이 지나기 전에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으로 가득했던 그는 첫 뮤지컬을 선보인다는 중압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 수많은 감정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비유한다. '30/90'이라는 넘버는 조급한 그의 심리를 드러낸 노래다. 시계 초침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엉겨 붙은 감정들은 배가 된다. 또한 그는 어렸을 때와 달리 더 이상 자신의 생일을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피터 팬과 팅커벨에게 네버랜드가 어디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 자꾸 이 소리가 들려요. 어딜 가든 tick, tick, tick...
유치한 B급 영화나 토요일 아침 만화 속 시한폭탄처럼 심지엔 불이 붙어 있고 시계는 카운트다운을 하죠.
불꽃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러다가, 한순간에... BOOM!
<틱, 틱... 붐!(2021)> 조너선 라슨의 대사
<슈퍼비아> 워크숍을 앞둔 일주일 동안, 조너선 라슨은 많은 소식들을 전해 듣는다. 배우 활동을 포기하고 번듯한 광고 회사에 취직한 마이클은 조너선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조너선의 여자친구 수전은 현대 무용을 하다가 댄스 강사 자리에 관심이 생겨 조너선에게 함께 버크셔스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줄곧 자신의 작품과 예술만 바라보며 살았던 그는 각자의 길을 가는 친구들을 보며 문득 자신의 현실을 직시한다.
tick, tick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이는 초침은 조너선을 옥죄어 온다. 'Johnny Can't Decide'라는 넘버를 통해 워크숍을 앞두고 모든 결정을 미루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클의 고급진 아파트와는 반대로 점점 쌓이는 독촉장을 보며 조너선은 타협할지, 참아낼지 고민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그는 마이클이 제안한 일자리에 들어갔지만 견디지 못했고, 수전과 함께 뉴욕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미완성된 <슈퍼비아> 2막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작업하는 것에만 열중했다. 이러한 고군분투는 워크숍 당일까지 이어졌고, 그는 무사히 곡을 발표하며 성공적으로 워크숍을 마친다.
하지만 <슈퍼비아>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듣지 못한 그는 절망감에 빠진다. 더 이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며 울부짖는 조너선에게 마이클은 자신이 HIV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정작 남은 시간이 없었던 건 마이클이었다.
마이클의 소식에 충격을 받은 조너선은 'Real Life'를 부르며 마이클과의 추억, HIV로 세상을 떠난 수많은 친구들의 장례식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보냈던 수많은 하루들을 돌이키며, 비로소 남은 생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전 이제 뭘 하죠?"
"다음 작품을 써. 그게 끝나면 또 쓰고 계속해서 쓰는 거지, 그게 작가야.
그렇게 계속 쓰면서 언젠가 하나 터지길 바라는 거라고.
다음 작품은 네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써. 연필 날카롭게 갈아."
<틱, 틱... 붐!(2021)> 조너선과 로자의 대화
마침내 그는 일요일에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팡 터질 것 같았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일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조바심을 느끼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써 내려간 다음 작품이 바로 지금의 <틱틱붐>이다.
<틱틱붐>은 <렌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HIV로 인해 소중한 친구들을 잃는 장면은 <렌트>에서의 '미미'와 '엔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조너선의 집에 전기가 끊기는 장면은 <렌트> 도입부 넘버인 'Rent'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는 '마크', '로저'의 모습이 연상된다. 뮤지컬 <틱틱붐>이 삶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담은 자전적인 이야기라면, <렌트>에서는 이미 그것의 답을 '사랑'이라고 정의하며, 그가 사랑했던 친구들과 거칠지만 아름다운 삶, 보헤미안, 낙관주의와 이상을 드러낸다.
Fear or love, baby? Don’t say the answer.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두려움, 사랑? 대답하지 마. 행동으로 보여줘)
<틱틱붐> ‘Louder Than Words’ 가사 일부
Five-hundred-twenty-five-thousand-six-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measure a year?
How about love?
(오십이만 오천 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
그것은 사랑)
<렌트> ‘Seasons of Love’ 가사 일부
조너선은 뮤지컬 <틱틱붐>을 완성하고, 미뤄 두었던 <렌트>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렌트>의 공식 오프닝 전날 밤, 조너선은 35살이라는 나이에 사망한다. 그가 꿈꿔왔던 삶이 <렌트>를 통해 실현되기 직전이었다.
<틱틱붐>에서 드러나는 그의 생활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를 연출한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은 <틱틱붐>의 오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보며 자신의 20대 시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의 족쇄가 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전까지는 홀로 견뎌야만 했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끝없는 의문 속에서 그는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예술을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고통과 위험이 동반된 삶일지라도 우리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조너선 라슨은 많은 노래 가사와 장면, 극 중 대사를 통해 우리에게 일관적인 메시지를 주었다. 두 작품 속에 담긴 그의 철학과 같이, 사랑을 담아, 이 글을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