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로 시작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기소개는 볼 때마다 귀여우면서도 흥미롭다.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ENA 채널에서 첫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박은빈 배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역할을 맡았다. 매주 수/목요일 밤 9시에 방영하는 드라마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되고 있으며 2022년 대한민국 여름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열광할까?
27세의 나이로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인 기억력과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그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명석한 두뇌를 인정받아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인턴 변호사가 되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감정표현이 서툴다.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의 자폐 연기가 극에 과도한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우영우가 저러다 실수를 하면 어쩌나? 또 어떤 돌발 행동을 할까? 혹시 다치지라도 않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를 울고 웃고 걱정하게 만든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하는 행동과 말은 예측하기 어렵다. 마치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이 내세상>이라는 영화에서 박정민 배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형(이병헌)에게 얻어터질 것을 알면서도 똑부러지게 할 말은 다하는 박정민 배우를 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세상을 살아가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영우도 한 마디를 지지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가끔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본인이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하며 살아간다. 가끔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자폐를 가진 사람에 대한 배려 차원인지 대부분의 주변 인물들은 그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것만이 내 세상_박정민 배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연기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영우에게 세상은 낯설고 어렵다.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도 어렵고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생수병 뚜껑을 따는 것도 어렵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고 대화를 지속하는 것도 힘들다.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반향어'를 구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며 매화마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려(配慮: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와 혜택(惠澤: 은혜와 덕택을 아울러 이르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대사가 나온다. 자폐를 차별하는 것이 차별인지?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것이 또 다른 역차별을 낳는 것은 아닌지?
우영우와 같은 회사(법무법인 한바다)의 인턴 변호사인 권민우(주종혁 배우) 변호사는 '대표님 낙하산'이라는 소문을 가진 영우에게 과도한 경쟁의식과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다. 권민우 변호사에게 우영우는 직장 동료를 넘어 재계약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쟁자다.
배려와 혜택에 대해 권민우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 변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나온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거 그거 다 착각이예요."
같은 회사(법무법인 한마다)에 있는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하윤경 배우) 변호사는 로스쿨 시절 우영우의 별명이 어일우(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였다는 것을 언급하며 한편으로 피해의식이 있는 듯 보이지만 우영우 곁을 지키며 무심한듯 사소한 것들을 세심히 챙겨준다.
최수연 변호사는 영우에게 말한다.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니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어느 날 우영우는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최수연에게 우영우는 말한다. "너는 로스쿨 시절부터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나를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보통 별명을 지어달라고 하면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로 짖굳은 별명을 지어주기 마련인데, 거짓말을 못하는 우영우의 진심어린 말에 최수연도 시청자도 감동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얼마나 진심을 담아 상대를 대하는가?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겉으로 내뱉는 말이 다르고 또 그것을 잘해야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칭찬받는 세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속마음과 겉으로 내뱉는 말이 같은 영우의 말을 들으며 우리는 허를 찔리고 한편으로는 반성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영우의 순수함에 자연스레 미소를 짓는다.
영우는 세상 유일한 자기 편인 서울대 법대 출신의 아빠(전배수 배우)와 영우의 고등학교 친구인 동그라미(주현영 배우)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법무법인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인 이준호(강태오 배우)와의 낮선 교감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나가는 영우.
장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예전보다 한층 성숙해졌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감춰진 차가운 시선'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영우를 보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도와주고 싶고 보살펴주고 싶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한 '또 다른 장애'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가 2022년 6월 12일 종영되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옥(한지민 배우)의 쌍둥이 언니 역할을 맡은 다훈증후군을 가진 이영희(정은혜 배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박정준(김우빈 배우)의 동생 박기준(백승도 배우)이 사랑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별이(이소별 배우)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준이 별이에게 고백을 하니 별이가 말한다.
"왜? 나는 장애인이니까 그래야 돼(니가 고백하면 무조건 받아줘야 돼)?"
기준은 별이의 마음을 아랑곳 않고 건넨 고백이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해온 마음을 망설이고 망설이다 이제서야 털어놓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방어기제로 무심결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말을 들었을 기준이 마음이 어떠했을지도 헤아려 볼 만하다. 별이의 마음과 기준의 마음을 따로 또 같이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힐링 드라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따뜻한 드라마다. 치고받고 싸우며 좀비가 출몰하는 다이나믹한 장르의 작품을 자주 접하다가 모처럼만에 따뜻한 드라마를 접한다. 순수한 영우의 모습을 보며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하다. 장애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시선이 어떠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드라마 속 겉 다르고 속 다른 인물들을 보며 과연 나의 내면의 생각과 겉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과연 우영우는 또 어떤 엉뚱한(솔직한?)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울고 웃고 감동시킬지... 남은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기대된다.
<극 중 우영우 대사>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인들은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
- 과연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것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은둔, 고립, 단절, 기피, 소통의 부재, 풍요속 빈곤 등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겪고있는 현상이다.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 칭하기에는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증상도 만만치 않음이 느껴진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내가 자발적으로 만든 세상인지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세상인지를 생각해보자. 그 차이에서 오는 증상의 경중을 생각해보며 지금 나의 세상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강제적으로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돌이켜보고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보면 좋겠다.이 드라마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