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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May 31. 2024

뼈 때리는 이야기_15

세상에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다.

"원인에 따라 결과가 있으니 응당 그 보답을 받는다”

- 인과응보(因果應報)


살아가며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과정에 따른 결과이다. 지금 나의 위치, 그리고 내가 받는 상과 벌 등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옳은 일을 하면 상을 받고 그른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理致)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그에 따른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나태하게 대하면 아무런 대가도 얻을 수 없다.


옛날 산골 마을 가난한 집에 아이가 하나 있었다. 무척이나 궁핍한 살림살이에 배가 고파 온종일 우는 게 아이의 일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보다는 혼내고 회초리를 들어 울음을 멎게 하곤 했다. 그러니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혼이 나고 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모는 우는 아이를 혼내며 매질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 집 앞을 지나던 스님이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집으로 들어와서 매를 맞고 있는 아이에게 엎드려 넙죽 큰절을 올렸다. 이에 깜짝 놀란 부모는 스님에게 연유(緣由)를 물었다.

"아니 스님. 어째서 이 하찮은 아이에게 큰절을 하는 겁니까?"

"아니. 하찮다니요. 이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큰 인물이 되실 분이기 때문에 절을 올렸습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부터는 혼을 내기보다는 곱고 귀하게 키우셔야 합니다."

그 말을 남긴 후 스님은 자리를 떠났다. 그 후 아이의 부모는 스님의 말을 새겨듣고 더 이상 매를 들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리고 훗날 아이는 정승이 되었다.

부모님은 그 스님의 선견지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자 그 스님을 수소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스님을 찾은 부모는 감사 인사를 전한 후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스님은 어떻게 우리 아이가 정승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미소를 짓던 노승은 부모에게 차를 한 잔 권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 중놈이 어찌 미래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저 세상의 이치는 하나지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모를 바라보며 노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없이 귀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찮게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정승같이 귀하게 키우면 정승이 됩니다. 그러나 아이를 머슴처럼 대하면 머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모두 마음가짐에 있는 거라 할 수 있지요."


'뿌린 대로 거두리라.'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된다. 말에는 각인효과가 있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대로 된다. 소개한 일화와 같이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것을 살아가며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의무라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까지 거창하게 나갈 필요도 없다. 사람은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 않으면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하지 않는다고 하여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큰 문제'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저 마음이 불편할 뿐이고 주위의 손가락질을 조금 견뎌내면 될 뿐이다. 가장 큰 의무는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의무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의무다. 자식을 낳았으면 응당 제대로 잘 키워야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다. 삼시 세끼 밥 먹이고 옷 입히고 학교를 보내는 것에서 부모의 의무는 끝난다. 그 이후에 자식에게 베푸는 것은 혜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학원을 보낼 의무, 브랜드 제품을 사줄 의무, 짜증을 받아줄 의무, 부모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을 참아야 하는 의무 따위는 없다. 모든 부모는 그저 자식이기에 더 해주고 싶고 좀 더 받아주고 싶어서 그럴 뿐이다.


부모라고 하여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부모는 자식을 낳았기에 성심성의껏 기르며 '최대한'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한다. 부모가 부모의 의무를 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은 자식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자식의 의무는 다름 아닌 부모의 마음을 살피고 부모를 존중하는 것이다. 부모가 조건 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같이 자식은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식의 의무다. 물론 공경할 가치조차 없는 부모도 있기에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내 시간은 나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의 시간도 상대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많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으나 그것은 부모의 일이지 자식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안 그런 부모들도 세상엔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부모는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 부모로서 당연히 희생하는 것이라 여기며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사랑과 희생을 헌신이라 생각하며 늘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요즘은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그런 정신 상태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 뱃속에 열 달간 자식을 품고 있다가 낳은 어미는 쉬웠겠는가? 불철주야(不撤晝夜) 자식을 키우고 거두며 일을 한 아비의 삶은 쉬웠겠는가?


살아가며 큰 잘못과 큰 일을 겪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가족의 상(喪)을 마주할 때나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살아가며 겪는 대부분의 일은 큰 일이나 큰 잘못이 아닌 사소한 일이다. 누구나 사소한 것으로 마음이 상하고 사소한 것으로 인연이 끊어진다. 그와 반대로 사소한 일로 감동을 하고 사소한 일로 믿음을 얻는다. 그게 사람이다.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 "이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잖아."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면서 큰 잘못과 큰 일을 겪을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매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다. 사소하지만 가치가 있는 일, 사소하지만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들을 조심히 살펴야 한다. 모든 것은 언행(言行)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평소 말을 함에 있어서 적시적소(適時適所)에 적절(適切)한 말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결코 사소한 일, 작은 일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 23장을 인용한 대사를 되새겨 보자.

"그대들이 그리 중히 여기는 옛 말씀을 그대들은 얼마나 듣고 또 듣고 깨우치고 또 깨우쳤는지? 다 외우고 있는 자는 손을 드시오. 아무도 없소? 상책은? 혹시 상책은 아는가?"


기차치곡其次致曲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곡능유성曲能有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성즉형誠則形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형즉저形則著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저즉명著則明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명즉동明則動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동즉변動則變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즉화變則化

변하면 생육된다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위능화爲能化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예기 중용 스물세 번째 장이옵니다."


중용에서는 능히 행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굽을 곡(曲) 자는 굽은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일'을 말한다.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하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어려운 일을 매일 하는 것이다. 반대로 가장 쉬운 일은 쉬운 일을 하지 않거나 쉬운 일을 가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쉬운 일을 매일 하게 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특별한 일이 된다. 쉬운 일이라 하여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매일 하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일에 정성을 다하면 결국 그에 따른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지금 당장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금방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라도 정성을 다해서 꾸준히 하게 되면 결국은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꾸준함의 힘이다. 드러난 일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분명해지게 된다. 그렇게 드러난 일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감동을 받으면 그 사소한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변하게 되면 그제야 사소한 일에 정성을 쏟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다.

기차치곡(其次致曲)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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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브런치의 모든 글은 생각이 날 때마다 내용을 조금씩 윤문(潤文)하여 완성된 글로 만들어 나갑니다. 초안 발행 이후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치니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가 수월하실 겁니다. 하여 초안은 '오탈자'와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글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글입니다. 근거 없는 비난은 거르겠습니다. 하오나 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활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로 인해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자 박석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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