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사랑의 힘은 착각이다

라디오 스타, 170816

by 채지연

남편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처음 나를 만났을 때, 나는 몹시 남편을 거절하고 밀어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나에게 꾸준히 다가왔다. 그렇다고 싫다는 내 말에 꾸역꾸역 찾아온 건 아니다. 싫다고 하면 연락하지 않았고, 그냥 나를 기다려주었다. 내가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이기적으로 되게도 그를 찾으면 그는 다른 말 없이 가만히 내 옆에 있어 주었다. 나는 너에게 마음이 없다. 기대하지 말라는 나의 모진 말에도 괜찮다는 말로 나를 다독이며, 너의 마음만 편안하면 괜찮다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듬직한 모습에 나의 마음이 동했는지 모르겠다.


사랑의 힘은 착각이다. 남편의 그런 듬직한 모습은 정말 아주 뜸하게 보인다. 듬직할 줄 알았던 남편은 실은 엄청 아이 같고 내가 하나하나 챙겨주어야 하는 아들 같은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한 번씩 내 이마를 '탁' 치며 마스크마저도 챙겨주어야 한다. 내 발등 내가 찍었지. 라고 말할 때면 여보 고마워하며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한다. 밉지 않고 귀엽게 보이는 내가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의 힘은 착각이다. 남편은 내가 그렇게 밀어냈는데,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7년의 연애 3년의 결혼생활을 한 지금. 가끔 묻는다. 여보는 내가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 왜 나를 그렇게 좋아했냐는 질문에 말한다.


"아니야. 여보는 날 좋아했어"


도대체 무슨 자신감에, 무슨 생각에 이런 마음이 었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여전히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그런 착각을 하지 않았다면 남편은 진작에 날 포기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오랜 인연이 어쩌면 부부가 되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런 착각의 힘으로 날 오래도록 사랑하고 지금까지도 날 여보라 부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착각이 사랑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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