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싸움에는 일정한 패턴과 과정이 있다
자녀와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자녀와의 다툼. 많은 부모님들이 별 생각없이 이 다툼의 원인을 ‘자녀가 사춘기라서‘, ’애가 공부하기 싫어서‘, ’친구들 때문에 애가 이상해져서‘ 등등 자녀에게서만 찾으려 하고 있다
매일 집에서 자녀와 다투면서 자녀와 소통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녀와 통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와의 다툼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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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우리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자녀와의 상황이다.
(엄마가 밖에서 장을 보고 막 집에 들어온다. 아이는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엄마의 기분이 한 단계 나빠진다.)
엄마 : 민수야 숙제는 다 했니?
민수 : (쳐다보지도 않고) 이따 할 거야.
엄마 : 이따가 언제? 밥 먹고 학원가야 하잖아?
민수 (여전히 텔레비전을 보면서) : 갔다 와서.
엄마 (목소리 커짐) : 학원 숙제를 갔다 와서 한다고? 그걸 말이라고 하니?
민수(움찔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해 있다) : 조금만 하면 돼.
엄마(목소리 가다듬고 정색한다) : 야! 엄마 봐! 엄마가 말하면 얼굴을 보면서 말을 해야지. 뭐하는 짓이야!!
민수(엄마를 노려보며) : 아 씨, 내가 뭐~~~~~~
엄마( 주먹을 불끈쥔다) : 아이 씨??? 이 새끼가 지금 엄마한테 아이 씨? 너 애가 왜 그렇게 이상해졌니?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이상한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더니 너 뭐가 되려고 그렇게 엄마 속을 터뜨려?
민수(소리친다) : 내가 뭘 어쨌다고 난리야!!! 에이 정말 다 필요 없어! (장렬히 밖으로 퇴장)
대부분의 엄마와 자식은 저렇게 서로 이야기 하다가 싸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싸우게 된다.
그렇다면 위의 상황을 하나씩 분석해 보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싸움의 원인이 숨어 있을 것이다.
1. 밖에 나갔다 온 엄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왜 기분이 한 단계 나빠졌을까?
(1) 장바구니가 무거워 힘들어서
(2)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가 그냥 꼴 보기 싫어서
(3) 엄마가 나갔다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아서
(4) 하는 짓이 아빠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5) 공부 안 하고 있어서
정답은 몇 번일까? 답은 바로 1~5 모두가 정답이다. 속마음이란 워낙에 복잡다단한 것이라서 한 가지만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몸 상태, 그전에 겪었던 상황,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연결, 앞으로의 걱정 등등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면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갔다 왔는데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 것. 이것이 현명한 것이겠지만 세상에 그럴 엄마는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항상 기분이 먼저 나빠지는 쪽은 부모 쪽이라는 것이다.
2. 두 번째 문제이다. 위 상황에서 민수가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1) 엄마가 잔소리를 해서
(2) 숙제하기 싫은데 하라고 해서
(3) 텔레비전 보는 데 방해해서
(4) 엄마가 화를 내서
(5) 내가 공격받는다고 여겨져서
이 보기들도 모두 그럴 듯하지만 이 중에서 민수의 화를 돋우는 결정적인 원인을 꼽자면 답은 5번이다. 그 이전까지는 까칠해진 엄마의 질문을 나름 건성으로 답변하였지만 화가 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넌 애가 왜 그러니?” 라는 아이의 인격 자체를 공격하는 엄마의 말에 위기감을 느끼고 화를 불러내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정리를 해보자면, 우리가 흔히 겪는 아이와의 다툼은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1) (자녀로 인해) 부모의 기분이 나빠짐
(2) 부모가 공격적인 언사(질문)를 함
(3) 공격받은 아이가 화를 내며 피하려 함
(4) 감정이 충돌함
반대로 생각하면 이 과정에서 아이가 화를 내기 전까지는 이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다. 바로 1~2번 단계의 주체인 부모가 그 단계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즉, 아이와의 상황에서 부모가 기분이 나빠지지 않거나 혹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공격적인 질문으로 싸움을 걸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무척 간단하지 않은가?
그게 뭐가 간단하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실제로 가정에서 벌어지는 자녀와의 다툼은 부모님이 먼저 기분이 나빠지는 것에서 시작해서 대화로 공격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공식과도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녀와의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답은 명확하게 나오게 된다.
1. 자녀로 인해 기분 상하지 말라. 자녀와 나는 별개이다.
자녀가 나가서 사고를 치거나 나쁜짓을 한다면 부모 속도 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도 부모님들은 자녀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정확하게는 내 성에 차지 않는 자녀의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다양한 모습에 일희일비 한다는 것 자체가 자녀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래서야 두 개의 인격체가 대등하게 소통할 여지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난데없는 엄마 아빠의 공격적인 질문에 강한 반발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2. 자녀의 행동이 못마땅하다면 그로인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라.
자녀의 모습이나 행동이 늘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럴 경우에는 행동 자체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그로인한 나의 감정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위에서 민수가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너는 왜 맨날 티비만 보고 있니?” 라고 한다면 “우리집에 있는 티비를 내가 보면 안돼요?” 하고 반발할 것이다. 이럴 때엔 “네가 할 일을 다 하고 티비를 봤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서 엄마는 기분이 좋지 않아. 늘 할 일을 미루게 될까봐 걱정스럽단다.” 정도로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떨까?
“잠깐만 보고 숙제하려고 했어요.” 라던지 “저도 할 일이 뭔지 알아서 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다소 무난한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 단계를 건너뛰고 행동만을 가지고 지적하는 것은 대놓고 싸우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제껏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투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다툼에는 이유가 뭐건간에 기분이 상한 일방이 다른 일방을 공격함으로써 벌어진다. 자녀와의 다툼도 그와 다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바로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다. 우리 자녀도 똑같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소통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와의 다툼을 줄여야만 한다. 세상 어느 누구도 하루에 서너번씩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는 대상과 소통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녀도 나와 똑같은 대등한 인격체로서 바라본다면 가정에서 자주 벌어지는 앞에서의 뻔한 시나리오는 차츰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