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어줄 수는 있지만 사 줄 수는 없는 것
오랜만에 공원산책을 나간 길, 코스모스가 한껏 피었다.
코스모스의 색이 이리도 다양했던가.
누구나 보자마자 그 이름을 알 수 있는 흔한 꽃
코스모스 Cosmos 의 어원은 '질서'라고 한다.
'우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음은 우주가 질서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일까.
코스모스는 신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만든 꽃이라는 신화도 있다던데
반듯한 얼굴을 바람 따라 살랑 흔들며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모습이 반가왔다.
문득 코스모스가 왜 정겨운지 생각해 본다.
동서남북 전후좌우로 균형잡힌 꽃잎 여덟 장의 밸런스는 흐트러지지 않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가냘픈 줄기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꽃잎을 날리거나 부러지지 않는 부드러움과
그럼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하늘을 향해 얼굴을 활짝 들고 있는 자기애를 가졌고
누구에게나 쉽게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가을에만 볼 수 있는 그는
그 모습을 마주했을 때 계절이 익어감을, 한 해가 숙성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꽃집에서 팔지 않기에
꺾어 줄 수 있을지언정 사 주기는 곤란하다.
오늘 날 우리에게 팔지 않는 그 무엇이 몇 개나 있을까
그래서 그 속에 태고의 질서를 간직하고 있다는 비밀이 놀랍지 않은것인가
코스모스가 늘 정겹고 아름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