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연인만 설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도 설렌다.
추위가 한껏 매서워졌다. 아침 출근길, 스벅에 들러본다. 그렇다. 나는 연말이면 프리퀀시를 모으는,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다. ( 왜 실수냐면, 매년 그 스벅 다이어리를 몇 장 쓰지도 못하며, 쿠폰을 다 소비하지도 못한다.) 스타벅스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뿜뿜 풍기는 굿즈들과, 캐럴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든 나는, 새삼 설렌다. 무언가 붕 뜬 기분, 무언가 로맨틱하고 멋진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스며든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면, 어라~ 어쩐지 직장도 설레는 느낌인 것이다.
연말 시즌, 한 해의 성과를 평가받고 격려하며 미래를 논의하는 시즌이 찾아온 것이다. 팀원은 동료이면서도, 이 시즌이 오면 새삼 팀 내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생각하게 된다. 팀장은, 내 담당 임원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설레기도 하고, 조금 슬퍼지기도 하는 연말 시즌이다.
그리고 또 왜 설렌가, 다가오는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한 이야기 들이 설레는 분위기를 타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커피를 마시며, 점심을 먹으며 삼삼오오 달달한 이야기 꽂이 펼쳐진다. 가끔은 내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걱정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혹은 예상치 못한 얘기에는 놀라기도 한다. 결과를 지척에 두고는 그 설렘은 더 증폭된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패는 맞는 패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새삼 그렇다. 이게 내가 설렐 일인가. 아예 연관성이 1도 없지는 않겠지만, 당연히 회사 일이니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맞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년의 나는, 나의 커리어는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일 것이다. 이제 나는 커리어 조언을 받을 신입사원도 아닐뿐더러, 누군가 조언한다고 해도 고분고분히 들을 겸허함의 감각도 잃어버렸다. 내 길은 내가 찾아서 가야 하고, 조직에 요구할 수 있겠지만, 조직은 그동안의 성과와 나의 능력으로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럼 그렇지, 직장에서 설레면 되나! 직장에서는 모름지기 일을 해야지
Ps.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 ( 회사에서 좋은 사람은, 단순히 좋은 사람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일 잘하는 좋은 사람) 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건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을 응원하는 순수한 바람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모든 순간, 모든 공간 에는 낭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