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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Nov 24. 2020

연말 시즌에, 설레는 직장

연말이 되면 연인만 설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도 설렌다.

 추위가 한껏 매서워졌다. 아침 출근길, 스벅에 들러본다. 그렇다. 나는 연말이면 프리퀀시를 모으는,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다. ( 왜 실수냐면, 매년 그 스벅 다이어리를 몇 장 쓰지도 못하며, 쿠폰을 다 소비하지도 못한다.) 스타벅스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뿜뿜 풍기는 굿즈들과, 캐럴 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든 나는, 새삼 설렌다. 무언가 붕 뜬 기분, 무언가 로맨틱하고 멋진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스며든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면, 어라~ 어쩐지 직장도 설레는 느낌인 것이다.

커플도 아니면서, 찾아오는 이런 부질없는 설렘 같으니라고

 연말 시즌, 한 해의 성과를 평가받고 격려하며 미래를 논의하는 시즌이 찾아온 것이다. 팀원은 동료이면서도, 이 시즌이 오면 새삼 팀 내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생각하게 된다. 팀장은, 내 담당 임원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면, 설레기도 하고, 조금 슬퍼지기도 하는 연말 시즌이다.

 그리고 또 왜 설렌가, 다가오는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한 이야기 들이 설레는 분위기를 타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커피를 마시며, 점심을 먹으며 삼삼오오 달달한 이야기 꽂이 펼쳐진다. 가끔은 내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걱정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혹은 예상치 못한 얘기에는 놀라기도 한다. 결과를 지척에 두고는 그 설렘은 더 증폭된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패는 맞는 패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새삼 그렇다. 이게 내가 설렐 일인가. 아예 연관성이 1도 없지는 않겠지만, 당연히 회사 일이니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맞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년의 나는, 나의 커리어는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일 것이다. 이제 나는 커리어 조언을 받을 신입사원도 아닐뿐더러, 누군가 조언한다고 해도 고분고분히 들을 겸허함의 감각도 잃어버렸다. 내 길은 내가 찾아서 가야 하고, 조직에 요구할 수 있겠지만, 조직은 그동안의 성과와 나의 능력으로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럼 그렇지, 직장에서 설레면 되나! 직장에서는 모름지기 일을 해야지


Ps.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 ( 회사에서 좋은 사람은, 단순히 좋은 사람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일 잘하는 좋은 사람) 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건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을 응원하는 순수한 바람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모든 순간, 모든 공간 에는 낭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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