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치카 Nov 24. 2020

나도 성공한 직장인이고 싶다.

고군분투 생활밀착형 직장인 말고, 성공한 직장인 선배이고 싶다.

  신입 사원 때 남긴 페이스북 흔적을 보다 혼자 코웃음을 쳤다. 회사에서 나름 야근하며, 컴퓨터에 홀로 앉은 차가운 도시 여자가 될 것 같은 낭만에 취하여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였다. 입사한 첫 해 파릇파릇한 봄에  남긴 글인데, 한 구절을 옮기면 이렇다. " 이 일들을 다 습득하고 나면 난 엄청 똑똑해져 있을 것 같다. 장밋빛 미래가 나에겐 있다". 그치. 그 때는 흘러 넘치는 패기와 덜 여문 채 에너지만 가득한 지금보다 새파란 내가 있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오년 후, 그 글을 힘 없이 곱씹는 나의 글이 추가로 위에 얹어져 있더라. "장미및 미래는 무슨... 한치앞도 안보인다 ㅋㅋㅋㅋ 노곤한 퇴근길" . 딱 오년 후의 나는, 여물기도 전에, 풍파를 견디지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그 때는, 장미빛 미래가 안보여도 일에 몰두하고 매진하는 성공하고 싶은 직장인 선배가 되고픈 내가 있었다. 원래 풍파를 이겨내고 맺은 열매가 단단하고 잘 익지 않는가 라는 희망이 내심 속내에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야 성공한 여유가 넘쳐 흐르는 삼십대 직장인이지" 가 로망인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그런데 조금 정처 없다.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 경력이 되는 이제 직장인 짬밥 중견차. 이쯤 되면, 내가 본 선배들 처럼, 일은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하고, 여유가 흐르며, 내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쩐지, 내가 선 자리에 단단히 뿌리를 아직 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이상향은 "성공한 직장인 선배"인데, 현실은 "고군분투생활밀착형 직장인"이다. 왜 고생도 꿈이 있어야 즐겁고, 노력도 목적성이 있어야 가치가 배가 되는 것인데 지금의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시 정지해 있다. 내 인생에 사실 이랬던 경험이 많지 않아, 이런 지금이 불안하다. 지금 나의 친구들은 벌써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몸값을 높혀 이직도 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사회 초년생에게 나눠주는 강연에도 서는데, 누구는 책도 썼던데!!! 하며 조금 우울해진다. 자주 가는 도서 서가에는, 이제는 내 또래의 경력 탄탄한 이들이 저자가 된 책들도 많다. 그런 시기가 왔고, 나는 쩌~~~~~~~~~~어기 어디 쯤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 반전의 그것이 알고싶다, 김상중 님 톤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좀 머물면 좀 어떱니까!  인생을 살아가는 긍정의 힘을 발휘해 보자면, 인생에는 정도도 없고, 답도 없는데 조금 머뭇거리는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에 지금은 이직한 내가 좋아하는 선배를 만났다. 이런 요즘의 내 불안에 대해, 나름 담담한 척 털어 놓았다. 선배는 이렇게 얘기했다. 나도 나의 커리어에 대해 가끔은 자신 없다고,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력을 쌓으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나아감으로 인해 몇 년 후 조금 더 발전된 자신을 믿는다고 했다. 순간 "나아간다" 라는 표현이 참 맘에 들었다.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나 자신에게 조차 명령하고 밀어 붙이고 싶지는 않다. 나아가고 싶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전진하고 나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힘들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 성공한 직장인 선배는 모르겠고, 내 주변 친구들에게 꼰대처럼 보이지 않는 동료, 동기가 힘들때 이야기는 들어 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가진 친구, 최소한 내가 하는 일은 책임을 지고 끝내는 구성원은 되고 싶다.

  

이 시국에, Stay 하라고 하는데, 내 인생 항로도 조금 Stay 하는 거다. Stay Safe하게!

 요즘 많은 매력적인 콘텐츠들과 글이 보인다. 가장 매력적인 글은 내가 내 얘기를 하는 것. 세상에는 성공한 직장인 선배도 많지만, 나처럼 방황하는 청춘지난 청춘도 많다고 내 좋은대로 믿을란다. 내가 쓰는 이 글에도 지치고 힘든 직장인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다는 작은 소망으로 월요일 밤에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내 자신이, 조금 나아간 것 같다. 나아가다 머뭇거리고 싶은 순간이 오면 잠시 쉬어가는 나를 독려하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전체 인생은 내 맘대로" . 방향성이 조금 안 보이는 나날에도, 순간순간은 삶에 성실할 것, 시간에 충실할 것. 전체 인생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 향할 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미래도 조금

보이지 않을까


Ps. 그래도 어쩐지 저 속 깊은 곳에서는 "성공한 직장인 선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꿈틀 거릴지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생각에서 끝난다. 일단은  "성공한 직장인 선배"와 친구되기,혹은 그런 이들이 쓴 브런치 내의 많은 좋은 글들을 먼저 읽는걸로!!!( 이것도 눈꼽만큼 나아가는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생활 N년차... 아직도 보고가 버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