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요(富饒)하지 않게
새벽#46일차 이사야 45:20-25
(이사야 45:20-25)
20. 열방 중에서 피난한 자들아 너희는 모여 오라 함께 가까이 나아오라 나무 우상을 가지고 다니며 구원하지 못하는 신에게 기도하는 자들은 무지한 자들이니라
21. 너희는 알리며 진술하고 또 함께 의논하여 보라 이 일을 옛부터 듣게 한 자가 누구냐 이전부터 그것을 알게 한 자가 누구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나니 나는 공의를 행하며 구원을 베푸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22. 땅의 모든 끝이여 내게로 돌이켜 구원을 받으라 나는 하나님이라 다른 이가 없느니라
23. 내가 나를 두고 맹세하기를 내 입에서 공의로운 말이 나갔은즉 돌아오지 아니하나니 내게 모든 무릎이 꿇겠고 모든 혀가 맹세하리라 하였노라
24. 내게 대한 어떤 자의 말에 공의와 힘은 여호와께만 있나니 사람들이 그에게로 나아갈 것이라 무릇 그에게 노하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리라 그러나
25. 이스라엘 자손은 다 여호와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고 자랑하리라 하느니라
어머니의 편지
내가 군에 입대하여 훈련소에 있을 때, 처음으로 받은 편지가 있다. 어머니께서 써주신 석 장의 편지. 처음 그것을 받아 들었을 때 첫 문장을 채 읽지도 못하고 나는 편지를 다시 봉투에 담아 관물대에 넣었다. 목소리 내어 읽은 것도 아니고 눈으로만 읽는데도 목이 메여 더이상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그 편지는 27개월 동안 나의 군생활 내내 나의 보물 1호가 되었다. 단순한 보물이 아니라, 군 생활을 하며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마다 내가 힘을 내도록 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군 생활 초반 당시에는 교회를 다니지도 않았고 당연히 성경도 없었다. 내가 힘들 때 찾아서 읽고 힘을 얻는 것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 뭉치였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우상이었을까? 사람들이 왜 그토록 만들지 말라고 하는 우상을 만들었을까. 어떤 것을 우상으로 삼았는가 보다, 왜 그들이 우상을 만들게 되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삶이 고되고 팍팍하지 않았다면 굳이 우상을 만들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어려움이 인생 가운데 닥쳐오지 않았다면 굳이 '신(神)'이라는 존재를 찾을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의 연약함
그들이 우상을 만든 첫 번째 이유는 삶에 고난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연약함으로 인해 기대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왜 하나님이 아닌 나무조각이나 돌멩이를 두고 기도하며 빌었을까? 여기에서 두 번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에 쉽게 현혹되는 감각적 연약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상의 힘도 매우 크지만 우리의 상상도 보고 들은 경험에 기초하기 마련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본 적도 없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는 신적인 존재보다 눈 앞에 놓여진 그럴싸하게 조각된 나무조각이 더 신령해 보이는 것은 바로 우리의 연약함 때문이다.
아내의 할머니께서는 생전에 항상 당신의 자녀들이 늘 부요(富饒)하지도 않게 하시고, 가난하지도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셨다고 했다. 가난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는 이해가 가는데, 왜 부요하지도 않게 기도하신 걸까? 성경에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30:9)" 라는 말씀이 있다. 아마 할머니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우리의 부요함이 결국 주를 찾지 않게 될까봐 그러지 않기를 바라셨고, 우리가 가난하여 우상을 섬기게 되는 것 또한 그러지 않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기도하셨던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연약함을 인정하고, 날마다 주를 찾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잊을 일도 없고, 우상을 섬기게 될 일도 없을 것이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하루마다 주시는 은혜를 누리길 소망한다.
“Letter from mother”<AI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