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가수 윤하의 노래를 들으면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마냥 슬픈 분위기의 곡이 아닌데도 그럴 때가 많다. 분명히 힘차고 밝은 멜로디임에도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있달까. 특유의 목소리나 가사를 풀어내는 분위기에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아마 윤하라는 사람이 쌓아온 시간들, 그간 지나온 감정들이 노래에 녹아들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윤하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최근 그런 윤하님의 신곡이 나왔다. 제목은 <포인트 니모>. 해양 도달불능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지구 상 어떤 땅에서도 가장 먼 바다 위의 지점'이라는 뜻이란다. 지구 상 가장 고립된 곳. 그래서 쓰임을 다한 인공위성들의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사실 나는 무언가를 날짜에 맞추어 부러 찾아보는 성격은 아닌지라 우연히 본 영상에서 신곡 소개를 듣다가 알았다. <아이유의 팔레트>였나. 거기서 윤하님이 신곡 소개를 하며 만들게 된 계기? 발상 같은 것을 설명했는데, ‘포인트 니모’를 은퇴한 아버지의 삶과 연관지어 보다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소재와 독특한 발상 임에도 불구하고 말하고 싶은 바가 쉽게 와닿아서 신기했다. 도대체 이런 내용을 노래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호기심에 곡 소개에 이어 나오는 라이브를 경청했다.
지금 내 글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직 안 들어본 분들을 위해 이쯤에서 소개 영상이랑 하이라이트 가사부터 소개해본다.
*영상 다 보기 힘든 분들은 [8:08 (곡 소개)/ 11:23 (라이브)], 요 부분만 이라도 들어보시길…!
*팬심에서 우러나온 자발적 영업이라 들어주셔도 딱히 저에게 좋은 점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은 들어봐주시면 안될까요…? 하이라이트라도…?!? 그냥 좋아서 그래요…;)
듣고 오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처음 들은 후 내 감상은 이랬다. ‘이럴 줄 알았지.’ 또 듣자마자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나는 하던 일도 잊고 앉은 자리에서 그 곡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었다. 가사를 읽으며 한번 더. 뮤비를 보면서 한번 더. 열 번을 듣는다고 감흥이 무뎌지는 노래가 아니었다. 열 번을 새롭게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백번을 듣는다고 다를까 싶었다. 아마 이 노래라면 백 번째를 듣더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사의 어떤 부분들이 내 마음을 자꾸만 찔러왔다. 날카롭지 않게. 부드럽고 은근하게,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를 채근하듯이.
삶을, 시간을, 오늘을 소중히 하라고. 그러나 너무 조급해 하지는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 식으로 이 노래에는 ‘소중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상기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자책하거나 마음을 찔리게 만드는 방식이 아닌 따뜻하게 등을 살짝 떠밀어 주는 방식으로. 오늘을 후회하지 않을, 소중하고 좋은 일들로 채워가야 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힘이.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가사 중에 특히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라는 부분. 나는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들을 때마다, 매번 같은 부분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내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이거야말로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듣고 싶었던 말’ 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모든 선택과 과거와 그로 인한 현재가 내심 불안했었나 보다. 그런 나에게 이 부분은 ‘매순간 너만의 정답이 있었을테니 안심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되뇌일수록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쩌면 가장 좋은 응원은 ‘힘내! 앞으로는 최고로 잘 할 수 있어!’ 보다는 ‘이제껏 잘해왔고 이번에도 네가 선택했다면 최선일거야. 아니더라도 괜찮아.’ 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고 아무리 다 큰 척을 해보아도, 혼자 해내는 것들이 자꾸 늘어도, 혼자 불안을 삭이는 것은 늘 힘든 일이라서. 불안하고 미성숙한 어른에게는 그런 말이 필요했나 보다. 네가 선택했다면 그게 최선이었을 테니 이젠 안심하라는 듯한 그 말이.
힘없이 늘어져 누워만 있고 싶던 어느 주말 오전에 이 노래를 크게 틀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져 있던 마음이 작게나마 일렁거렸다. 아, 오늘을 이렇게 보내면 안되겠다. 소중한 일을 해야겠다. 나가야겠다. 바람을 쐬며 걷고, 햇빛을 보고, 근처 카페에 가서 글을 써야겠다. 씻고 나갈 준비를 하며, 바삭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가까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아이패드를 두드리며 내내 생각했다. '오늘 별 것도 없는데 좀 행복하네.' 그렇구나. 내게 소중한 건 스스로와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들이었구나. 내가 글쓰는 걸 꽤 좋아했었지 참. 여전히 잘 쓰지는 못 하지만, 여전히 좋긴 하네. 온전히 내 이야기에만 집중해도 되는 시간이, 두서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된다는 점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의 느낌이. 벌써 하나 찾았다. 오늘을 소중히 하는 나만의 방법. 오늘의 정답.
그렇게 우연히 만난 가사 덕분에 불안하거나 무기력한 하루가 아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생각했다. 삶에 이런 나날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그리고 소중한 모두에게. '오늘은 이게 정답이었어. 별 건 없지만, 그래도 나 오늘을 정말 잘 보낸 것 같아.' 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그런 날들이 쌓여 책임과 불안을 좀더 쉬이 감당할 수 있는, 또 쉴 때는 죄의식 없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단하지만 삶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둘러볼 여유를 잃지 않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언젠가 시간이 좀더 많이 흘렀을 때 '소중했다 여길 수 있고, 사랑했다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