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권선징악은 왜 권선징악일까

나쁜놈 스카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 어른이 된다

by 단순생각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기간 즐겨본 영화 <라이온킹>. 1탄에 이어 심바의 딸 '키아라'의 이야기를 담은 2탄, 그리고 번외편 2-1탄까지 나온 상태이지만 나에겐 누가뭐래도 라이온킹 1탄이 최고다! 고전중의 고전. 그도 그럴 것이 무려 1994년 영화다. 아빠가 사주신 라이온킹 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것 없었다. 동화책에서 읽던 그대로, 악한 사자와 하이에나가 벌을 받고, 착한 사자들이 행복하게 되는 '권선징악'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바가 살고 있는 프라이드 랜드는 정말 평화로운 곳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오류가 하나 있다. 밀림의 왕 사자는 약육강식의 피라미드 맨 위에 위치한 최고의 포식자인데 그런 동물이 '평화로운' 프라이드 랜드를 다스린다고? 하루에 한끼, 먹이사슬 아래 동물들을 덜 포식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나쁜 사자로 치부되는 '스카'는 '무파사'보다 조금 더 육식주의자일까?


영화 <라이온킹>의 서사는 권선징악의 정석이다. 착한 왕 무파사를 시기하는 스카가 무파사를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다. 무파사의 아들 심바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프라이드 랜드를 떠난다. 티몬과 품바를 만나 무사히 성장한 심바는 훗날 프라이드 랜드를 되찾기 위해 못된 스카를 무찌르고 새로운 왕이 된다. 동물들이 모두 떠나 척박했던 프라이드 랜드는 심바가 왕위에 오른 후 비옥한 땅이 되어 평화로운 동물 왕국이 된다. 영웅 이야기의 정석 라이온킹.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기호학'의 영웅서사에도 잘 들어맞는 라이온킹은 훌륭하게 짜여진 대서사시이다. 출시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새로운 3D 모드로 리메이크된다고 하니, 지구상에 이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이 몇이나 될까싶다. 다양한 이유로 호불호는 갈리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정말 대단하다.






우스갯소리로 만화 둘리에서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면 어른이 된거 한다. 나는 감히 라이온킹에서 '스카'의 탐욕과 슬픔이 느껴진다면 어른이 되었노라 이야기하고 싶다. <라이온킹>을 다시 보면서 '무파사'에 가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억눌려 있는 동생의 억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지라 악인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왕이 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도 억울한데 새파랗게 어린 심바는 태어나자마자 후계자라니, 얼마나 절망적이야?


심바: 내가 왕이 되면 삼촌은 무엇이 돼요?

스카: 원숭이 삼촌


참으로 자조적이고 슬픈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심바의 친구들 티몬과 품바가 참 좋다. 이들의 주제가 '하쿠나마타타(Hakuna matata)'는 지금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흥얼거리는 노래 중 하다. 아무 근심 걱정없이 그냥 되는대로 '너 그냥 이렇게 살아도 좋아.'하고 토닥여 주는 것 같다. 멜로디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티몬과 품바의 입장에서 1탄을 서술하는 <라이온킹> 2-1탄을 아직 보지 못했기에 이들에 대한 생생한 덕력을 펼치기는 어렵지만 위기와 고난 앞에 똘똘뭉쳐 되든 안되든, 겁나든 말든 들이댈 줄 아는 이들이 좋다. 잠깐 넘어가자면 <라이온킹> 2탄에서 나쁜 사자들이 프라이드 랜드를 쳐들어 왔을 때, 열심히 나가 싸우는가 싶더니 품바에게 꼬리 꽉 잡으라며 핀잔을 주던 티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얼마나 솔직한지! 사실 어느 상황에서든 정의감에 휩싸여 물불 안 가리고 덤비기 보다는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선 깔끔히 손 떼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 같다. 슬프게도 회사에서 제일 맘 편한 사람은 눈치없고 분위기 못 읽는 사람이지 않는가. 눈치따윈 개나주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사람이 최고 천재다.(너무나 비겁해 보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어쨌든, 처음의 약육강식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너무나 배가 고프면 심바가 티몬과 품바를 잡아먹고 싶어지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육식동물의 본성에 인간의 이성을 더해놓으니 말이 안되는게 당연하지만... 실상 요즘 인간들은 동물만도 못할 때가 많은데 씁쓸하다. 잠깐, 그렇다면 사자가 다스리는 프라이드 랜드의 초식동물들은 그들에게 잡아먹히는 건가 아니면 그들과 공존하는 건가. 잡아먹힐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되기에 평화로운 걸까? 설정상의 오류라 느껴지진 않지만 독자로써 반론아닌 궁금증을 살짜쿵 던져본다.


어린시절 동심을 꽉 채워주던 디즈니 영화의 서사들은 어른이 되어 보아도 참 놀랍다. 라이온킹이 좋았던 나는 3년 전 런던에 놀러갔을 때 도착하자마자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며 꾸벅꾸벅 졸았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쯤 되는 저녁 시간대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영어에 알아듣는 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기가 생겨 지금은 영어로 된 ost 가사도 곧잘 이해한다. 여하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는데 세세한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아 너무 아쉽다. 디즈니의 성지 할리우드에서 라이온킹을 보게 되는 날이 오려나!






2019년에는 존 파블로 감독이 <라이온킹>을 새롭게 리메이크한다고 한다. 사랑스러운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연이자 감독인 존 파블로에게 어떻게 나의 사랑 라이온킹이 어떻게 재탄생하게 될 지 정말 기대된다! 더구나 비욘세가 날라 목소리를 맡았다. 그러면 노래도 하는 건가ㅠㅠ 엉엉 너무 좋아.


라이온킹을 시작으로 갑자기 추억 속 디즈니 만화영화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졌다. 권선징악의 클리셰로 점철된 만화를 보며 자란 우리들이 약육강식의 인간세계에서 돈이 최고란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순간 느껴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마음이 저려온다. 나 역시 한달에 한 번 받는 월급으로 긴급 수혈하면서 사회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오죽하면 '존나 버틴다'의 준말 '존버'가 유행할까? 힘든 상황에서도 유행어를 통해 풍자와 해학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유쾌한 한국인들 같으니.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실제 현실과 다르기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 만화가 따로 있는 거겠지? 어릴 땐 멋모르고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동화작가를 하고 싶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 이상 그건 어려울 듯 싶다.


어른이 되어 보니 다르게 보이는 신기한 디즈니 만화들. <라이온킹>을 시작으로 정주행 시작이다!(는 내일 출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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