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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young Mar 26. 2020

외국계 리모트워크 5년차의 재택근무 꿀팁

WFH 101: 적응하면 신세계, 재택근무를 위한 실용적인 조언들

에어비앤비 입사 약 9개월 후 옮긴 팀에 APAC (아시아 태평양) 소속 직원은 나뿐이었다.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만으로 약 4년간 대부분을 집에서 일한 나는 어쩌다 보니 재택근무(WFH = Work From Home) 달인이 되었다. 가까운 훗날 재택근무/리모트워크의 장점 그리고 소소한 팁들을 적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언제나처럼) 실천은 안 하고 버텼는데. 지금 안 쓰면 당분간 절대 안 쓸 것 같아서 브런치의 첫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원격근무 (Remote work)와 재택근무 (Work from home) 은 엄연히 말하면 다르지만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큰 차이가 없기에 이 글에서는 큰 차이를 두지 않고 혼용하였다.

2018년에도 글 쓰겠다고 마음만 먹었더라지...

1. 재택근무 인프라를 갖추자.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듀얼 모니터가 꼭 있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카페처럼 백색소음이 있어야 한다.

모니터가 필요하다면 무조건 빨리 사자. 내가 왜 회사일 하는데 돈을 써야 해, 라는 생각을 버리고 눈 딱 감고 투자하자. 중고구매 사이트에서 9만원 주고 산 모니터, 그리고 다이소에서 5천원 주고 산 케이블선. 총 1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어설프게 갖춘 듀얼 모니터가 만 4년간 업무 생산성 20%는 담당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책상과 의자 역시 근무시간 대부분 사용하게 되므로 정말 중요하다. 그 외에 마우스, 키보드, 스탠드, 손목 보호대, 발 받침대 등등.. 사무실에 갖추고 사용하는 것들 중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부터 구매하자.  

공익(?)을 위해 꾸밈없이 올리는 나의 재택근무 환경. 제품 추천이 필요하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2. 근무 시작 전에 꼭 씻자...

쓰면서도 약간 찔린다. 때문에 이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팀원 99%가 나와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원격회의가 많은 편이다. 보통 아침 8시 정도부터 회의 스케줄을 잡고, 간혹 급할 때는 그보다 이른 시간에 원격회의를 들어갈 때도 있다. 인간 올빼미인 나는 아침 회의 10분 전에 간신히 일어나 양치만 하고 카메라를 끈 상태로 회의를 하고 근무를 시작할 때가 많은데, 일에 치이다 보면 점심이 훌쩍 넘어서야 씻게 될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생활이 피폐해진다. 힘들더라도 근무 시작 전에 꼭! 샤워를 하자. 정신적으로 일할 준비도 되고, 근무 도중에 산책하고 오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나의 한 주 스케줄. 출장없이 원격으로 일할 때는 회의가 많지 않지만 이른 아침 회의가 대부분이다.



3. Over communicate!

슬랙, 카카오톡 등 분명 사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을 것이다. 근무시간이 서로 다르다면

근무시간을 상태 메세지 등으로 보기 쉽게 표시하자. 중간에 자리를 오래 비워야  일이 생기면 팀원들에게 알리자. 나는 대부분의 팀원들과 근무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지만 그래도 오래 비워야 할 때는 슬랙의 상태 메세지 또는 그룹 챗으로 알리는 편이다. 그리고 몇 시에 다시 복귀할 건지도 알린다. 가능하다면 내가 왜 자리를 비우는 건지도 알려주면 더 좋다 (예: "잠시 자리 비웁니다" 보다는 "이비인후과 예약이 있어서 10시부터 10시 반까지 자리 비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케어한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줄 수 있다. 나 혼자 한국이고 대부분 미국 본사에 있다 보니 가끔은 몇 개월 넘게 한 번도 실제로 못 만나고 같은 프로젝트를 끝낼 때가 있는데, Over communication을 함으로써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2018년 연말에 갑작스럽게 엔지니어 한 명과 급한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둘 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 일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니 바로 옆에서 일하는 것 같이 편할 수 있었고 덕분에 더 이상 같은 팀이 아니지만 이제는 친구로서 출장을 갈 때마다 만나게 되었다. 

새벽에 일하다 자러 갈 때에도 바로 알린다.

각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해진 시간에 메신저를 통해 매일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도 추천한다. 에어비앤비는 슬랙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으로 사용하는데,  Virtual Stand Up 을 통해서 어제 끝낸 일, 오늘 하려는 일, 그리고 막힌 일 (Blocker)를 공유해서 서로의 업무 현황을 확인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데드라인을 지키기 어렵다면 바로 팀원들에게 왜 업무에 지장이 생겼는지 알리고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알리자.

매일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아침 11시에 하는 Virtual Stand Up



4. 회의 내용, 문서, 의사결정을 모두와 공유하자.

원격회의는 가능하면 녹화해서 회의록과 함께 녹화본을 문서화해두자. 몇 명의 직원들끼리 따로 의사결정을 한 게 있다면 모두가 있는 그룹 챗 등을 이용하여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졌고 누가 어떤 일을 언제까지 마치기로 했는지 Action Item 을 명확하게 공유하자.

이건 사실 근무환경과 상관없이 중요한 Transparency 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이런 투명성의 문제가 커지기 쉽다. 인원이 많을수록 모든 회의를 100%의 참석률로 진행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경우 시차 때문에 참석 못 하는 회의가 참석할 수 있는 회의보다 훨씬 많은데, 손놓고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회의록 문서 템플릿을 만들고 팀원들에게 공유하면 대부분 템플릿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하더라. 초반에 몇 번은 회의록 작성해달라고 몇 번 상기시켜줘야 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습관화되면 정말 편해진다.

회의 참여자, 녹화본, 그리고 내용을 정리해서 그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면 최고 :)


회의 녹화는 까먹는 경우가 많은데, Zoom 의 경우 자동으로 녹화가 시작되게 설정이 가능하고 회의가 끝나면 자동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슬랙 채널에 업로드하게 할 수 있다. 이러면 큰 노력 없이도 서로 쉽게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회의가 끝나면 슬랙채널에 자동으로 Zoom 녹화본을 업로드한다. 갓 슬랙봇!



5. Socialize virtually.

온라인에서도 업무와 관련 없는 일상 대화를 하자. 나와 함께 일하는 팀들은 대부분 Social 슬랙 채널을 만들어서 아침식사로 뭘 먹었는지, 요즘 좋은 음악이 뭐가 있는지 등등 가지각색의 잡담을 나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같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화상회의로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론칭을 축하할 수도 있다. 서로 뭘 먹고 있는지 깨알같이 자랑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이나 가족을 소개해 줄 수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종종 이런 소소한 잡담은 재택근무에 활력을 더한다.

화상회의로 프로젝트 론칭 축하하기!



6. 기본적인 규칙을 만들되, 각자 자유롭게 일하게 서로를 신뢰하자.

재택근무에 대해 본인에게 맞는 간단한 규칙을 만들자 (예: 점심시간엔 이메일 읽지 말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구글 캘린더에 저장하기). 대신 규칙들을 너무 빡세게 만들지 말자. "9시부터 6시까지만 일하고 야근은 하지 말아야지" -> 이런 건 간단해 보여도 지키기가 어렵다. 사무실에 출근해도 근무시간 내내 100% 집중하기 어려운데, 시간표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못 지킬 확률이 너무 높다. 진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규칙만 만들자. 아, 팀원 여러 명 또는 팀 전체가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라면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매우 기본적인 Operation Guideline 을 짜는 것도 추천한다.


규칙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팀원들이 각자 알아서 ~  거라고 믿는 것이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팀원이 어느 날 약간 늦게 일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뭐라고 하지 말자. 들어오기로 한 회의만 까먹기 않고 들어온다면 업무시간 같은 건 각자에게 맡기자.


사무실에서 일하든, 집에서 일하든 결국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하면 늘어질 수도 있고 집중이 안 될 수도 있지만 --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서 업무시간을 늘리지 않고서도 사무실에서 일하던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생산성을 내면 된다. 페이스만 찾으면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생산성도 올라가게 된다. 한 번 빠지면 출퇴근 시간도 줄이고, 일보다 내 개인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우리 모두에게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꽤나 평범한 근무환경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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