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관계가 있다. 내겐 그녀가 그랬다.
"자격지심이야."
어느 날, 책을 읽고 나누는 친구가 그랬다. 아마도 그건 너의 자격지심일 거라고.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넘겨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로 있었던 건 나 역시 그녀와 다를 바 없었다는 걸, 최근에서야 조금씩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시야가, 생각이, 삶의 보폭이 넓어졌다.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거리 두기가 되지 않았던 수 백개의 감정이 한 둘씩 줄어들고 있다.
겨우 한 걸음 물러서서 보이는 풍경에 머문다. 나쁘지 않다. 보지 못했던 삶의 이치가 물러선 프레임만큼 넉넉해졌다. 천천히, 조금씩 넓히다 보면 불편한 마음자리가 꽃자리 되는 평수도 늘어나겠지.
죽을 때까지 모두 지울 수야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지금처럼 살면 후회는 덜하겠지.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야 고신영복 선생의 삼서독에 한걸음, 나아가는 것 같다. 오래 걸린다. 삶의 적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