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 오면 몸국을 배 뽕그랑허게 먹어보게
불시에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오랜만에 독서팀 6명이 일정을 맞춰 제주로 향했다. 새벽 첫 비행기로 도착한 제주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렌트한 차에 몸을 싣고 몸국을 먹으러 간다. 모자반이 가득한 몸국을 입이 델 정도로 팔팔 끓여 냈다.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1월의 쌀쌀한 기온에 언 몸이 사르르 녹는다. 배 고픈 식사 중에도 인기 있는 제주 방언 드라마 덕분에 어설픈 제주 말놀이가 이어진다. 식당 아주머니는 못 알아듣는, 우리들의 제주 방언이다.
# 비가 오는 날에는 도립미술관으로 글라
라울 뒤피와 앙리 마티스가 '색채의 여행자들'이 되어 우리를 반겼다. 소설, 시, 수필 그리고 책으로 엮인 우리들의 예술이 1940년대를 장식한 프랑스 예술가들의 작품 앞에서 붉고 푸른 감성으로 물들었다. 우리는 각자 뒤피의 옷감들 앞에서, 마티스의 색채 앞에서 오래 혹은 다시 머물며 내 안의 시를, 내 안의 수필을 지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오늘 감아 둔 두툼한 실타래를 꺼내 6인 6색의 감동의 시간을 더듬으며, 한 땀 한 땀 기억과 사실을 오가는 낱말로 삶의 문장을 채워 나갈 것이다. 그 글빛은 또 얼마나 고울까.
#숨 쉬는 제주 옹기, 담화헌
귤밭에 들어앉아 사람들을 맞이하는 담화헌, 울퉁불퉁 깎은 나무 식탁에 여섯이 앉았다. 사과 궤짝으로 공간을 채우고 또 비어 있는 자리가, 똘똘 뭉쳐 다니나 각각의 마음을 비우며 가벼워지는 중인 우리 같다. 깨진 옹기들이 벽 속에 박혀 세월을 노래하는 공간, 우리들의 어느 한 날이 제주 바람에 실려 담화헌에 닿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검은 옹기로 변한 화산토의 기운에는 기쁨과 슬픔이 섞여 있다. 그래서 제주 옹기는 더욱 깊은숨을 쉰다. 우리들의 들숨과 날숨이 옹기를 스친다. 뭍의 호흡이 검은 옹기에 스며든다. 팍팍했던 마음이 폭폭 해지는 시간.
#제주를 먹다
협재 바다에는 푸른 파도로 양념한 삼겹살이 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창문 너머 파도 소리와 이중주를 이루며 맛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에메랄드로 빛나는 수평선의 그러데이션, 우리는 모두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실시간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한다. 제주는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고, 온몸으로 마시는 미슐랭이며 살아있는 소더비다.
#드디어 동백
간밤에 바람은 어찌 그리 불었던가. 육지 손님 보시라 새로 꽃 피우고 밤새 붉은 꽃잎 우수수 핑크 로드로 우리를 맞으시네. 봉분인 듯, 솜사탕인 듯 전망대에는 수많은 감탄사가 허공에 맴도는구나. 에헤라, 유년의 추억으로 돌아간 중년의 코에 동백 코피가 웬 말이냐. 동백숲에 누워 우리는 사랑을 하였던가. 저 많은 동백은 사랑의 흔적이었나. 긴긴 겨울을 내내 사랑하라고 오늘도 붉은 망울을 쉬지 않고 터뜨리는 달콤 쌉싸름한 동백꽃. 훨훨 나는 동박새야, 나의 사랑을 싣고 바다를 건너 마침내 그에게 당도하리니. 동백숲에 숨어 보내는 나의 연서,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