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에게 대나무숲이 되어 준 적이 있었던가
나이가 들면
자꾸만 입으로 기운이 모인다는
그래서 했던 말 또 하고
재미없는 말 자꾸 하는
그를 피해
슬금슬금 모인 우리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아야 한다고
했던 말 또 하고
재미없는 말 자꾸 하는
역사의 역사
어쩌면 그는
대나무숲이 필요했을지도 몰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가슴 속 깊은 사연
어딘가 뿌려두고 싶었는지도 몰라
빙글빙글 돌다가
겨우 적당한 자리를 찾았는데
그게 바로 우리였는데
미처 마중물이 되지 못하고
우리는 서둘러 그 숲을 빠져나온 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우리들도 그처럼
대나무숲을 서성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