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싸리꽃 가득 핀 우산을 들고
밤꽃 향기 흩날리는 숲에서
검은 오디물이 바닥에 흥건한
그 숲길을 걸었네
먼 산에 운무가 넘실대고
고래들이 꼬리를 흔들며
푸른 산을 넘어갔다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퇴화된 나의 지느러미가
불쑥불쑥
길에서 피어나고
오르락내리락
숲 속을 헤엄치며
시간을 휘돌아 초록을 먹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초록의 비늘이 빗물에 젖고
온몸에 물방울을 새기자
쪼그라든 폐가 잔뜩 습기를 머금고
비로소 깊은숨을 뱉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쿠궁쿠궁 뛰는 심장 근처 어딘가에
오래전
아마도 부레라고 불리었던
내 생명의 흔적을 찾아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
나는 오늘 빗 속으로 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