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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여름을 먹는 방법

by 글똥

일단 숲으로 간다

초록 터널을 따라 걷다가

한낮의 풀숲

붉은 등이 가득한 곳에서 일단 멈춘다

팔을 뻗어 등을 딴다

새콤하고 달콤한 등

마음을 환히 밝히는 맛있는 등


일단 숲으로 간다

구불구불 오솔길에

꽃잎 진 자리

흑진주 소복하니 빛나고 있는 곳

팔을 뻗어 흑진주를 캔다

시큼하고 떨떠름한 흑진주

잠든 육체를 금세 깨우는 빛나는 흑진주


일단 숲으로 간다

힘껏 왼발차기에 후드득

풀잎 위에 누워서 꿈틀거리는 누에의 열매

검붉은 손

보랏빛 혀

이글거리는 정오의 태양

그 끝에 매달려 더욱 익어가는 여름

유월,

잔치는 시작되었고

진짜 여름의 맛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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