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소식 뜸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기다렸다는 듯 급히 오겠다는 짧은 기별을 남긴다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비옷을 챙긴다
숲은 온통 초록의 클로버와 흰 개망초 세상
흔들리는 바람 따라 여름을 한 바퀴 돌았다
이미 져버린 샛노란 모감주나무꽃
못다 핀 서머라일락
붉어지기 시작하는 목백일홍
혼자 가을처럼 늙어버린 소리쟁이
점묘법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오후를 걷는 맨발의 시간
신의 거룩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아직 여름진행형이다
콕콕 톡톡 툭툭
점점이 이어진 삶 속에서
바야흐로 7월이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