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힌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차례로 떠나고
어머니마저 서둘러 나간 뒤 마침내 비어 버린 집
창 밖 저 너머 공사장엔 포크레인이 길게 땅을 판다
밭고랑처럼 이어진 저기에는 아파트가 또 세워지는 중인데
거기 사는 가족도 서둘러 나가고 나면 집은 날마다 비어 있을 예정인데
여기 그리고 저기
모든 집이 동시에 문을 닫는 시간
뱃 속의 아기가 깜짝 놀라 잠을 깨고
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서둘러 밥을 먹고
군대 간 아들은 사격을 중지하고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문을 열어 줄 어머니는 신호등에 갇혀 퇴근하지 못하고
전화벨은 아까부터 울리고
아아
빈 집은 슬프다
아직도
하늘 아래 그늘을 짓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