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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연 Jul 23. 2020

우리는 왜 후회를 하면서 살까?

그녀는 나에게 너무도 큰 사람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네

며칠 전부터 넷플릭스에 도깨비라는 지나간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도깨비의 나이는 내 기억으로는 939살이라 했던가?

도깨비의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삶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도깨비에게 주어진 신이 내린 벌이라고 했다.


참 아이러닉 하기도 하지. 보통 인간들처럼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게 신의 벌이라니..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서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진 죽음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두 꺼리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요즘 자꾸 죽음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사람이 죽고 나면 과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지만 든든하게 내 곁에 늘 있어줄 것만 같았던 언니의 부재는

너무도 슬프고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나의 언니!

언니 생각만 하면 이렇게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

언제나 늘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갑자기 내 곁을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의 요즘 머릿속에 있는 단어는 후회라는 글자이다.

언니와 여행을 자주 다닐걸..

언니와 자주 맛있는 거 먹을걸..

언니에게 자주 멋지다 훌륭하다 말해줄걸..

후회라는 말처럼 바보 같은 말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더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고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


언니는 참 큰 사람이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언니는 내 마음속 기둥이고 의지의 대상이었나 보다.

언니를 생각하면 내 기억 속 언니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던 사람이다.

신혼시절부터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늘

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했다.


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베푸는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돌보거나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적이 별로 없다.

천성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도 맏딸이라는 무게를 혼자 온몸으로 버텨냈던 사람이었다.

언니는 가족을 위해 맏딸이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리광 한번 부리지 못했다.

언니는 장남인 오빠를 위해 학업을 양보했고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청춘의 시간을 보냈다.

바보같이 나 같으면 다 박차고 떼를 쓰고 반항을 했을 텐데

착한 천성 때문에 자신을 희생했다.


언니가 아프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매우 놀랐었다.

언니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 말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말인데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졌다.


자기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보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일인데

언니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해보고 싶은 말을 한 것이다.

언니는 과연 살면서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을까?


언니는 자신의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는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자주 놀러 다니자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는데 앞으로 자주 언니와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하늘은 늘 이런 상황에서 해피엔딩을 허락하지 않는다.


후회는 꼭 어떤 것의 부재함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경우가 많아서

후회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지 않는 말인데

그래도 마음에 자꾸 후회가 남는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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