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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스테어를 아시나요?

더 많은 연결속에서 잃어가고 있는것

by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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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든 분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AI입니다.


저는 교육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AI 스킬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좋은 시대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온라인 속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며칠 전, TV 뉴스에서 한 배달기사님의 인터뷰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하루에도 수십 건, 일주일이면 수백 건의 배달을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문 앞에 두고 가세요.”, “초인종만 눌러주세요.”
이런 식의 짧은 신호로만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네트워킹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정작 **표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대면적 소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어느새 ‘젠지스테어(Gen Z stare)’라는 신조어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는 MZ세대 중에서도 특히 Z세대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화면에 몰입해
현실에서 눈을 맞추거나 감정을 섬세하게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는 정말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수 있나요?

이제 우리는 화면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표정 대신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짧고 건조한 메시지로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소통’하고 있는 걸까요?


온라인상의 소통은 분명 빠르고 편리하며,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단숨에 넘어섭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디지털 소통은 상대의 얼굴빛, 목소리의 떨림,
말 사이의 숨결과 공기까지 담아내지 못합니다.


결국, ‘소통’이 아니라 단순한 ‘전달’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볍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상대의 진심을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손끝으로 타이핑하며

화면 너머의 존재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 관계의 실체는 생각보다 얇고, 때로는 일시적입니다.
글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감의 결핍, 그 속에서 자라나는 오해와 단절.

이 모든 문제는 기계적 소통이 인간적 교류를 대신하려 할 때 생겨납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때, 비로소 진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눈빛 속에서 읽히는 감정,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말없이 건네는 미소 하나에도

따뜻한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젠지스테어’ 현상은 Z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진짜 사람을 보고 있습니까?” 이제는 온라인의 즉각적인 편리함만 좇을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대면적 소통’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직접 연결될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의 온도와 숨결, 공기의 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진짜 관계가 피어나고, 진심이 오가는 소통이 시작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시지가 아니라, 더 깊은 ‘만남’입니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가 아니라, 바로 옆의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
그 단순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인간다운 소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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