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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백 Jun 24. 2024

제가 산 디올은 어쩌죠?

8만 원 디올로 알아보는 명품의 현주소

‘380만 원짜리 디올백 원가는 8만 원... 드러난 명품 민낯‘


‘디올 노동착취 정황... 핸드백 8만 원에 만들어 380만 원 팔아’


2주 동안 패션계를 뜨겁게 달군 디올 이슈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충격은 충격입니다.


디올의 VIC(Very Important Customer)는

등급별로 다르지만,

대략 연 1억 정도 소비하면 VIC로 대우해 줍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2022년과 2023년 디올의 VIC였죠.


그저 디올의 고급스러움이 좋았고,  

입으면 내가 뭐라도 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루해진 킴존스의 디자인과

더 이상의 혁신 없는 기존 디자인 재탕에 지쳐

디올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디올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디올에게 약간의 정이라도 있으니,

조금 변호해 보겠습니다.


상품은 원가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죠.

제품 디자인 개발비 + 인건비 + 매장 운영비 + 마케팅등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품 원가가 8만 원이라도


디올이 쌓아온 가치와 디자인 철학,

그리고 그들이 마케팅에 들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명품은 가성비 아이템이 아닌 사치품이니까요.


디올 소비자들이 분노한 주된 이유는

원가 때문이 아닙니다.


시설이 잘 갖춰진 건물에서 장인 대우를 받으며

파리와 이탈리아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가며 만든 가방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으니까요.


비위생적인 공간, 노동착취의 현장, LVMH의 속내 등

명품 산업의 뒷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방에 있는 디올 가방과 옷을 보면

이런 생각이 계속 듭니다.


이 가방은 원가가 얼마일까?

이 가방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이 가방도 노동착취해서 만든 걸까?


손이 안 가는 건 사실입니다.

누가 볼까 봐 찔리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대표 백화점 6곳의 디올 매장들을 모두 방문해 봤습니다.


확실히 한산해진 매장 분위기가 느껴졌죠.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을


누구보다도 디올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예비 소비자들에게

모두 명품에 대한 회의감을 심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디올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제 옷장에 있는 디올은 다시 입을 수 있을까요?


이상, 패션 에디터 송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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