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보고 말했어요. 판다는 게으르다고, 게으름뱅이라고, 맨날 잠만 잔다고, 하는 것 없이 팔자 좋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표현에 깜짝 놀랐어요. 나의 삶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맞아요. 나는 하루 종일 먹고 자고를 반복해요. 하지만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 설명해 드릴게요. 귀를 기울여 잘 들어주세요.
나는 맹수의 신체구조와 장기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고기 대신에 식물인 대나무를 먹고 살아가요. 그렇기 때문에 소화력이 좋지 않고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려면 대나무를 많이 먹고 많이 자면서 활동을 최소화해야 해요. 마치 나에게 먹는 건 잠들기 위한 준비예요. 또 나에게 자는 건 먹기 위한 준비이고요. 완벽한 식사를 하기 위해 최고의 휴식과 수면이 필요하고, 완벽한 휴식과 수면을 위해 최고의 식사를 즐기는 거예요. 살아남기 위해 이걸 최선을 다해서 반복하는 거죠.
나는 야생동물이에요. 단지 특성이 그러하여 그렇게 보일 뿐이지, 긴장감 없고 삶에 있어 치열하지 않은 야생동물이 어디있겠어요. 나는 생존의 조건을 최우선으로 따르는 야생동물이니까요.
그뿐만이 아니라 나는 매번 먹어야 하는 만큼과 자야 할 만큼만 자요. 그 이상 욕심부리지 않아요. 단지 편안해 보인다고 오해하지 마세요. 나는 절대 게으르지 않아요. 우리만의 생존 방식을 현명하게 찾아내 규칙을 지키며 긴장감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러한 나의 생활 유형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완전해 보이는 게으름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토록 철저한 근면이에요. 이제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규칙성을 지키며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지요? 나의 생존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예요. 오늘도 누군가 나를 보고 완전 게으르다고 하겠지만 난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이랍니다.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한 명씩 늘어날수록 나에겐 큰 행복일 거예요. 나는 오늘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철저하게 근.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