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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Feb 21. 2018

리틀 포레스트

초보 농부의 마음이 자란다, 우리의 청춘도 자란다.


잔액에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죠. 도시에서 살면서 아무것도 좋아질 상황이 되지 못한 시점에서 지방의 극장에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혼자였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했던 1년의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혜원도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혜원은 남친과의 이별과 먹고 사는 문제에 한계를 느껴 어머니가 살던 시골로 옵니다.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 혜원에게 떠난다는 말 없이 그렇게 사라졌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혜원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시만큼이나 낯선 농촌 생활이 좋을 리가 없죠.


하지만 아버지 농장일을 돕고 있는 귀농 총각 재하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농협 은행원 은숙은 혜원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솔직히 영화를 많이 본다고 자부하지만, 일본 만화 원작이자 오리지널인 ‘리틀 포레스트’의 2부작은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케이블로 접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원작에서 리메이크버전의 혜원에 해당하는 이치코 역으로 등장한 하시모토 아이가 매력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느릿느릿 펼쳐지는 일본의 농촌과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음식을 만드는 이치코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오리지널의 단점은 그 느린 여유 때문인지 몰라도 사계절을 그것도 2부작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세 친구’ 등의 작품을 통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던 작품을 자주 선보인 임순례 감독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치코에 해당하는 주인공으로 김태리 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충족시켰죠.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을 해치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계절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한 청춘의 고뇌에 대한 부분을 잘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일본 원작에서 약했던 부분이었지만 러닝타임을 과감히 압축한 것도 모자라서 이런 부분을 그린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컵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먹는 것과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혜원의 모습과 좋은 스펙임에도 재능이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재하, 그리고 진상부리는 상사와 지긋지긋한 농촌의 은행원에서 벗어나고픈 은숙의 모습을 통해 청춘의 고달픔을 그립니다.



무엇보다 ‘리틀 포레스트’가 주는 강점은 농사짓고 요리하는 혜원의 모습일 것입니다. 얼어붙은 파와 배춧잎으로 국을 만들어 먹는 장면을 시작으로 얼큰한 수제비, 직접 빛은 막걸리, 무지게 색의 떡케이크, 매운 떡볶이, 나물 튀김 등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고민은 혜원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고민과 같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죠. 영화는 추위 속에서도 새싹이 트는 양파의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 통장의 잔액은 여전히 0원입니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휴대폰 메모 장을 노트 삼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좌절할 수 없습니다. 겨울에 모진 추위를 겪은 양파가 오히려 맛이 좋다는 재하의 말은 결국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도 몸도 피폐해진 우리들….
꽃잎이 듬뿍 들어간 꽃잎 파스타 한 접시 어떠신지요? 우리의 앞날에도 그 꽃길을 걸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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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2bMWEZhR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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