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씨네 May 27. 2018

스탠바이, 웬디

달콤하지 않은 인생, 그래도 전진만이 살길이다.


광활한 우주에는 지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구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죠. 지구에 사는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살아갑니다.
여기 한 지구인이 있습니다. 이모가 될 사람이며 커크와 스팍이라는 사내를 사랑한 나머지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고 그 시나리오를 보내러 먼 길을 떠납니다.
오직 전진뿐이라고 말하는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죠. 영화 '스탠바이, 웬디'(원제 Please Stand By/2017)입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미국 국가를 부르는 소녀를 뒤로하고 웬디는 일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달콤한 시나몬 케익을 파는 그는 틈틈이 무언가를 준비합니다.
사실 그의 일과에는 그가 키우는 강아지 피트와 산책하는 일 외에도 TV 시리즈 '스타트렉'을 시청하는 겁니다. 그리고 틈틈이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의 이야기를 개성에 맞게 소설을 쓰는 일을 하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을 접수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언니 오드리와 어릴 적 자신의 트라우마 문제로 싸우게 되고 열 내다가 결국 우편 접수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 '스타트렉'의 고향(?) 파라마운트 픽처스로 향하기로 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가출로 언니 오드리와 요양원 원장인 스코티는 당황하게 됩니다.


1966년 TV 시리즈로 시작된 스타트렉은 많은 트레키를 양산하게 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극장판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많은 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스타워즈'와 헛갈리는 이들도 생기고 있고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스코티가 두 작품을 헛갈려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심지어 일부는 마치 남진과 나훈아, HOT와 젝스키스처럼 팬이 갈리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죠. 우주를 다루는 작품에 있어서 양대 산맥이고 '스타트렉'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묘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폐증에 걸린 소녀이자 트레키인 웬디의 모험을 다룬 영화입니다.
스타트렉을 사랑한 나머지 방송시간이 되면 열심히 작품을 시청하고 427페이지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이죠.





재미있는 점은 자폐증을 연기하는 다코타 패닝에 있습니다. 그녀의 실질적인(?) 주연작을 기억하시나요? 지적장애를 앓는 아버지와 그의 딸이 한 가족이 되기 위한 과정을 그린 2001년 영화 '아이 엠 샘'에서 맡았던 역할 말입니다. 루시 다이아몬드 역을 맡았던 이 꼬마 숙녀가 이렇게 멋지게 자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었을 테니깐요. 공교롭게도 다코타 패닝은 과거 숀 펜이 맡았던 역할과 완전히는 아니지만 흡사한 모습의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감정처리가 힘든 정말 힘든 연기인데 그 연기를 열심히 수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자, 영화적으로 이 작품을 따져볼까요?
아시는 분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앓는 이들은 단순히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시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하나에 집착하면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일부 부분에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웬디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부분이죠.


어릴 적 그녀의 트라우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의 부제 속에 언니 오드리는 웬디를 지켜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흥분하면 아무것도 일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웬디를 요양원(정신병원처럼 보이지만 다른 점은 여긴 환자들을 가두지는 않거든요.)에 맡긴 것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자신의 딸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보다도 더 아기 같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쉽지 않죠. 물론 웬디도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두려워했었죠. 하지만 스스로 LA로 향했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만나봤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 다가간 것은 인상적인 대목이었다고 봅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살짝 결론을 말씀드리지만, 웬디에게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잔잔하게 결론을 지은 점도 좋았습니다.
엄청난 결과의 앤딩이었다면 오히려 웬디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사회가 끝나고 영화 속 웬디가 일했던 시나몬 케이크 가게에서 파는 시나몬 케이크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 시나몬 케익 가게는 실제로 있는 곳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한국에도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숨겨놓은 시나몬 케이크를 꺼내기가 아까워지더군요.
우리의 삶도 마치 시나몬 케이크처럼 달콤하면 좋겠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뒤 이스라엘 영화인 '케이크 메이커'를 봤는데 이 작품 역시 순탄치 않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했는데 차라리 케이크처럼 우리의 삶이 달콤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쓴맛, 매운맛, 짠맛도 겪어보아야 행복한 단맛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웬디가 그랬던 것처럼 전진만이 살길인지도 모르겠네요.

작가의 이전글 몬태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