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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May 29. 2018

디트로이트

부끄러운 과거로의 시간여행, 인권 보호의 시대는 언제쯤?


미국 미시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미시간주 남동단 웨인 군이 중심 소재지. 자동차의 도시이자 흑인 음악의 중심지 모타운 레코드가 있는 곳.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 어쩌면 장점도 많은 만큼 단점도 많은 도시.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자동차로 흥했지만 결국 자동차로 실패한 도시이기도 하죠.
이 도시의 이름은 디트로이트입니다.


오바마 시대로 흑인들의 인권이 최고조에 다다르던 것도 잠시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시 움츠러든 흑인들의 모습을 뒤로하다 보면 수많은 흑인 인권을 무시하던 사건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 1967년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흑인 폭동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알제 모텔에서 벌어진 사건이 있습니다.
백인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바라본 1967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디트로이트'(원제 Detroit/2017)입니다.







1967년 무허가 흑인 클럽. 파티가 벌어지고 있고 떠들썩하던 이때 경찰들이 몰려옵니다.
대부분이 백인이고 소수의 흑인 경찰들은 괜히 나서면 안 좋다며 대항하는 다른 흑인들을 말리기 급급합니다. 저항이 심해지고 가게들이 털렸으며 크고 작은 총기 난사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억울하게 죽거나 다친 흑인들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쉬쉬하기만 하고 사건을 축소하기만 하죠. 통금이 강화되는 시기가 발생하고 흑인 중창단인 '드라마틱스'는 모타운 측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코앞에서 놓치고 일부 멤버들은 공연장 근처에 있는 알제 모텔에 숙박하게 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곳이 피로 얼룩진 현장으로 변할 줄은…. 장난으로 총알은 없는 소리만 큰 장난감 총이 발사되고 겁에 질린 경찰과 군인들은 총소리가 난 모텔로 향합니다. 그리고 총을 쏜 범인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총성은 있었는데 다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크라우스를 비롯한 경찰들은 과잉으로 흑인 투숙객들을 수사합니다. 공장 노동자이자 밤에는 경비원으로 투잡을 뛰는 디스무케스도 현장에 도착하여 참혹한 순간과 마주합니다. 백인들과 흑인들을 모두 달래야 하는 상황. 난감하기만 합니다.






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사건은 모두 사실입니다.
실제로 세 명의 흑인이 희생되었으며 같이 투숙한 여성들은 창녀로 오인당하였으며 참전 용사가 포주가 되었으며 디스무케스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뻔한 상황도 겪습니다. 3인의 경찰은 법정에 서게 되지만 모텔 피해자들의 진술은 모두 무시당합니다. 결론은 어찌 되었을까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심지어 드라마틱스의 멤버 한 명은 마치 산속으로 돌아가 속세와 인연은 끊듯 가수의 꿈을 접고 찬양 가수가 되어버립니다. 사랑하는 동료를 잃은 상태에서 음악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을 테니깐요.



이 영화의 감독은 캐서린 비글로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성 감독이지만 그의 전작을 보면 여성의 섬세함은 전혀 거리가 먼 묵직하고 남성 감독들도 힘들어하는 과감한 액션 영화들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 영화들은 킬링타임으로 넘어가는 그런 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것입니다. '허트 토커'에서는 이라크 전쟁터에서 무수히 많은 이들을 일망타진하던 사내가 정작 슈퍼마켓에서 시리얼을 고르는 일에는 쩔쩔매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제로 다크 서티' 역시 유능한 여성 요원이지만 결국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는 하나의 여성에 불과한 이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죠. 그런 그가 만든 신작 역시 만만치 않은 묵직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배우들의 열연도 이런 비글로우 감독의 열정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용사로 활약하는 존 보에가는 백인들의 탄압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비원 멜빈으로 등장하며, 팔콘으로 등장해 어벤저스 멤버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안소니 마키는 전쟁영웅이지만 아무 힘도 쓸 수 없는 군인으로 등장하며,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활약한 윌 폴터는 악랄한 경찰 필립으로 열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포기한 드라마틱스 멤버였던 레리 역할에는 알지 스미스가 활약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세상은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고 오바마 시대가 오면서 그런 희망은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희망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수많은 흑인 인권을 무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비즈니스 미팅 때문에 온 흑인 사업가가 쫓겨난 시간도 벌어졌습니다.
세상을 보는 기준이 아주 하얗거나(백인), 어중간하거나(동양인), 아주 검거나(흑인)으로 분간할 수 없습니다. 아주 무식한 행동이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색이 아니며, 문화도 아닙니다, 성별도 아니고요. 다양한 세상에서 우리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하며 누구나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사는 세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최근 남자와 여자가 대립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인종 싸움, 지역싸움만큼이나 가장 어리석은 싸움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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