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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n 09. 2018

튼튼이의 모험

실패와 좌절은 성공을 위한 추진력일 뿐이다.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 있습니다. 올해 평창에서는 컬링이 그랬죠. 하지만 탄력을 받아 부활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에는 인력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죠.
바닷가 마을에 세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달랑 세 명이 운동을 시작합니다. 시간은 2년도 아니고, 두 달도 아닌 겨우 2주... 2주 안에 모든 걸 결판내야 합니다. 이것도 희망고문일까요?
영화 '튼튼이의 모험'(영문원제 Loser’s Adventure/2017)입니다.








함평의 어느 고등학교...
아버지와 한바탕 싸우고 학교로 옵니다. 혼자 아령을 들고 혼자 구르고 혼자 라면을 먹고 혼자 체육관에서 잠을 청합니다. 레슬링부... 현재 부원은 달랑 이 소년 한 명뿐입니다. 소년 충길은 그렇게 혼자서 체육관에 남아 운동을 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이 레슬링부에는 선수가 한 명 있는데요, 진권은 레슬링부가 해체하면서 용돈도 벌 겸, 어머니의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막노동을 뛰고 있습니다. 코치님은 경제적인 문제로 레슬링부를 해체했지만 그렇다고 완전 해체도 아닙니다. 다만 돈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기에 버스운전기사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한편 불량서클 블랙타이거 멤버 혁준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누나에게 손을 벌리는 와중에도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바닥을 뜨고 서울 가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그의 얘기에 누나와 형은 미용기술이라 배우라면서 핀잔을 줍니다.
레슬링부가 해체된 것도 모자라 체육관도 재개발로 곧 헐릴 예정입니다. 레슬링부 코치인 상규는 학교 교장에게 어렵게 사정사정해 체육관을 지켜내고 레슬링부를 부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 2주입니다. 시한부적 레슬링부 부활... 그렇게 상규와 세 명의 소년은 레슬링부에서 다시 만납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몇 달 사이 레슬링 영화가 무려 세 편이 나왔습니다.
첫 신호탄을 보여줬던 인도 영화 '당갈'은 비인기 스포츠인 레슬링이란 핸디캡에 여성이 도전한다는 것이 더 추가되어 쉽지 않은 도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화라서 인상적인 작품이었지요. 그리고 유해진 씨가 주연한 영화 '레슬러'에서는 레슬링을 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묘한 신경전을 보여주는데 스포츠 레슬링에 이야기가 집중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지요.
세 번째로 등장하는 '튼튼이의 모험'은 어찌 보면 앞에 두 영화와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어려운 삶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운동을 하는 모습에서는 '당갈'과 닮아 있고 한국적인 훈련 방식에서 보이는 모습에서는 '레슬러'와 닮았습니다. 더 뒤로 가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의 비극을 그린 '폭스 캐처'도 떠오르시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스포츠 영화들이 묘하게도 공통점이 있는데 헝그리(?)한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 보이는 상황입니다. 가난 속에서도 승리를 일구어냈다는 것인데 그런 이야기는 어느덧 필수가 된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이런 운동선수들의 삶도 풍족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구성도 일반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길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동을 하고 진권은 다문화 가정 출신입니다. 혁준은 세 명 중 그나마 풍족(?)하지만 방탕한 생활을 하고 살고 있고요. 이런 오합지졸이 모여서 레슬링을 합니다.




근데 이 구성 어딘가 익숙지 않나요?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은 전작 '델타 보이즈'를 통해 오합지졸 청춘들의 4 중창 도전기를 보여준 고봉수 감독입니다. 4명의 가난한 청춘들이 모여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 작품인데 두 번째 장편 작도 공교롭게 힘들지만 외롭지 않은 청춘들의 도전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튼튼이의 모험'의 배경이 되는 곳도 함평이며 함평중학교 레슬링부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물론 다행히도 영화와는 달리 실제 레슬링부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소수의 인원이 모여 열정을 보이며 운동을 한다는 점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델타 보이즈'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출연하고 전작에서 버스 기사로 단역으로 등장하던 고성완 씨는 이번에는 큰 배역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고봉수 감독과 가족관계라는 점이 인상적이고 버스 운전기사가 실제 직업이라는 점도 이색적이기도 합니다. 김충길, 백승완, 신민재 씨는 실제 나이차(이들은 모두 30대입니다.)를 극복하고 고등학생으로 등장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튼튼이의 모험'에서 과거 이승문 감독의 다큐멘터리 '땐뽀걸즈'를 떠올랐습니다.
스포츠 댄스를 하는 여고생들이 힘든 삶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묘한 감동을 얻었는데요. '튼튼이의 모험'에서도 이런 부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묘하게도 '땐뽀걸즈'의 배경도 조선소 산업으로 흥망성쇠를 이루던 경남 거제였다는 점에서 같은 바닷가 마을이 배경이란 공통점도 있었고요.

'튼튼이의 모험'의 결말은 그렇게 행복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좌절과 고난은 앞으로의 행복의 전진을 위한 일종의 추진력 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나아갈 것이고 이렇게 외칠 겁니다.

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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