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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n 12. 2018

허스토리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이야기, 위안부 피해자들...

1992년 부산의 일본군 ‘위안부’ 및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소송.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1998년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서 일부 승소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2001년 일본 정부의 항소로 열린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서 패소했으며 2003년 대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하면서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





관부재판... 그렇게 익숙한 단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6년의 기간,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1992년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로 가보겠습니다.
영화 '허스토리'(영문원제 HERSTORY/2017) 입니다.









1992년 부산의 어느 여행사...
뿔테 안경을 쓴 여성이  보입니다. 여행사 직원 선영이 다급하게 다가와 뿔테 안경 여성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일명 '기생관광'이란 이름으로 단속에 걸려 몇 달간 영업정지를 당한 상황입니다.

일본인을 전문적으로 상대해야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타격인 것이죠.


하지만 이곳 대표인 정숙은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여성 경제인 연합 회원이자 친구인 신 사장이 그에게 위안부 피해자의 제보를 받아보자고 제안합니다. 당시에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일본 위안부 문제를 증언한 것을 보고 나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한편 정숙의 집에서 일하던 정길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고 그의 집을 방문한 정숙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몇 달 후 정길은 여행사... 아니, 위안부 피해자 신고 센터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하나 둘 정숙의 진심을 알게 된 어르신들이 피해자 모임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무료변론을 해주겠다는 재일동포 출신 변호사 상일을 만나게 됩니다.


이에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몸판 주제에 돈 벌려고 저러는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비행기와 배를 수십 번 오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희망을 보게 될까요?






일본 대사관에는 수요일마다 집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그 집회가 열리는 곳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요집회와 소녀상... 우리가 과거와 달리 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소녀상이 추울까 봐 목도리와 귀마개를 준비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앞에 소개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시작되고 앞에 이야기한 관부재판과 미국 의회 연설(이 이야기는 좀 이따 얘기하죠.) 등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다루었고 보시다시피 결과는 위에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의 싸움은 위안부 문제를 인식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약간의 허구도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합니다. 특히 김희애 씨가 연기한 정숙은 실제 모델이 있는데요. 정신대 문제 대책 부산 협의회 김문숙 이사장입니다. 영화의 엔딩(벌써 엔딩을 말하는 게 스포일러라고 얘기하시겠지만)에 해당하는 위안부 역사관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좌측 정숙 역 김희애 씨/우측 실제모델 김문숙 이사장(자료출처 부산일보)





위안부 피해자로 등장한 할머니들 역할은 국내에 연기 잘하는 중견 여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해주었습니다. 김해숙 씨를 주축으로 예수정, 문숙, 이용녀 씨 등이 열연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를 받쳐주는 역할로 김준한, 김선영, 이유영 씨 등의 배우들이 활약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열'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김준한 씨가 이들을 돕는 변호사로, 악랄한 일본인으로 등장해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김인우 씨는 이번에도 일본 판사로 등장해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 주었습니다. (이 분도 실제 재일동포 출신이시지요.)



이들의 법정 싸움이 계속되던 식기 1998년 마지막 재판이 시작되던 시기에서 1년을 앞 써던 1997년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들이 연설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이이기를 다룬 작품이 작년에 개봉된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인 것이죠. 이 두 영화를 같이 보신다면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들의 끊임없는 일본 정부와의 싸움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근데 이 두 영화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죠. 사람들의 손가락질...
지금은 위안부 어르신들의 하나의 피해자라는 부분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같은 민족 조차 돈에 환장한 노인 내들이라고 비난했고 일부 우익 일본 단체들은 그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모르고 반성을 모르는 미련한 사람들이었고 진짜 손가락질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재 6월 기준 생존하신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들의 숫자는 스물여덟 분...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어르신들은 남은 여생을 편안히 눈감기는 힘드실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역사를 잊어버린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허스토리'는 생각할 부분이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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