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씨네 Jun 20. 2018

여중생 A

꿈과 희망을 찾는 순간 우리의 삶은 레벨업 된다.




저는 왕따였습니다.
성격도 특이했고 남들과 다른 생활과 몸놀림에 아이들은 저를 괴롭혔고 흔히 말하는 빵셔틀 같은 것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그러고 보면 시대가 달라지면 변화하는 게 있고 사라져야 하는 게 있는데 왕따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접하고 보니 씁쓸하고 마음 아프기만 합니다.
오늘은 왕따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변명이 아닌 실제 그들의 모습이고 그들이 그렇게 괴로워할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이야기하고 있지요. 영화 '여중생 A'(영문 원재  Student A/2018)입니다.









3 분단 맨 뒷자리….
한 소녀가 앉아 있습니다. 의자에는 지저분하게 하얀 분필 가루로 가득하고 소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를 앉아 있습니다. 어느 날은 화장실 문을 잠가놓고 누군가 그에게 물을 뿌리고 달아난 적도 있고 체육 시간에 스트레칭 때는 같이 할 짝도 없습니다.
그런 그가 잘 하는 게 있습니다. 하나는 온라인 게임 '원더링 월드'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과 독서실 사서로 지내면서 짬짬이 써 내려가는 소설 쓰기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렇게 여중생 A 혹은 미래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웹툰의 영화화는 이제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 웹툰 작가 허5파6의 작품 '여중생 A'는 무미건조한 삶에서 미래라는 소녀가 어떻게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나 세상과 인사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개성 강한 웹툰의 영화화인 것이죠. 하지만 이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웹툰에서 다루지 않는 왕따와 자살이라는 아주 민감한 소재를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왕따가 포함된 학교폭력은 결국 자살로 이뤄지는 일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두운 소재면 상당히 웹툰도 우울할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의외로 원작 웹툰은 상당히 경쾌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교폭력을 당하는 미래의 모습은 웃기다기보다는 짠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영화로 옮겨지면서 영화가 웹툰보다 더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 작품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는 '원더링 월드'라는 가상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입니다. 사냥하고 길드를 만들면서 친분을 유지하던 이들은 별안간 '원더링 월드'의 운영 중단 소식에 충격을 받게 되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친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장 백합이 그랬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던 태양에게 호감의 모습을 보이던 것도 있었죠. 하지만 이것마저도 배신당하게 됩니다. 정말 믿을 것은 사이버 세상에서 만난 길드였을까요?
프리허그를 하던 소년 재희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며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날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의 괴로운 삶을 표현한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홈'을 연상시켰고 사춘기 소녀의 방황이라는 점에선 '용순'과 빼닮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왕따를 당하고 왕따의 형태와 타깃이 변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들'도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에 얘기한 세 영화가 공교롭게도 영화사 아토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왕따를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반의 왕따였던 미래는 난초에 빠진 담임마저도 사람들의 관심에 멀어지는 소녀였습니다.
그러던 미래에게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왕따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닌 반장인 백합에게 옮겨갑니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실패하자 맹해 보이는 안경 소녀(유수아 분)에게 왕따의 주인공을 변경시킵니다. 이는 앞에 언급했던 영화 '우리들'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더는 특별하지 않고 흠잡을 것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지탄받는 사람으로 타깃을 바꾸고 그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부분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의 처지가 아닌 왕따를 당해본 사람으로서의 분노였습니다. 어쩌면 왕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이상한 사람은 그들의 타깃으로 정하고 괴롭힘을 지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길드에서 만났으나 정체불명의 소년인 재희의 비밀을 드러냄으로써 한 번 더 왕따라는 것이 괴롭히는 사람이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 모두 씻을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남기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이 영화를 이끄는 것은 소녀들의 모습이죠.
전작을 통해 '뭣이 중요한지'를 보여준 김환희 양은 의젓하게 자라 '곡성'에서 보여준 연기에서 벗어나 풍부한 감정 신을 보여주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이스크림 꼬마'로 친숙했던 정다빈 양은 반장 백합 역으로 열연해 미래를 돕는 조력자이자 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인물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재희 역을 맡은 김준면 씨(우리에겐 EXO 수호로 익숙하죠.)의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 어쩌면 유일한 어른(?)이면서 철없는 모습을 보여준 미래의 담임으로 등장한 이종혁 씨의 연기는 그나마 우울할 수 있는 영화에 활력소를 주기도 했죠. (아시다시피 그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로 등장해서 권상우 씨와 신경전을 벌였는데 새삼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되네요)

물론 영화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요. 사실 원작 만화를 겨우 몇 장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지만 밝은 분위기의 웹툰과 달리 시종일관 너무 어두워서 영화를 보는 면에서는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원작에서 미래와 재희는 또래의 아이임에도 영화에서는 재희를 어른(물론 그가 고등학생인지 일반적인 어른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으로 설정한 부분에서는 원작 웹툰의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요. (물론 이건 엑소 수호의 팬인 부분과는 별개의 부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준면 씨의 연기는 매우 괜찮았거든요) 이는 최근 외전으로 등장한 '여중생 A-우리들의 축제'에서 미래와 재희의 관계를 암시하는(저처럼 웹툰을 자세히 보지 않은 분들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으시리라 봅니다.








여우를 떠나보냈던 A는 의젓하게 돌아옵니다.
삶의 질은 나아진 게 없지만, 본인의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레벨업이 된 것이지요.
신문의 1면을 뒤집을 수 있는 우리의 인생…. 그런 인생이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A는 과거의 A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낭떠러지로 떨어진 어두운 1면에서 벗어나 다시 힘찬 도약을 하는 새로운 1면으로 말입니다. 우리의 인생 헤드라인은 꼭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허스토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