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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n 29. 2018

변산

MIC를 든 래퍼가 말하는 청춘...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해지자.


청춘의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요?
이 질문의 답변을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세상을 오래 살거나 정말 많은 경험을 한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먹고사는 것이 고민인 청춘들... 여태까지 아팠는데 여전히 세상은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말합니다.
이준익 감독의 '청춘 삼부작'의 마지막을 만나봅니다. 영화 '변산'입니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래퍼 심뻑 혹은 학수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쪽방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공간에서 그는 작은 노트북을 켜고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발레파킹과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쇼미 더 머니' 6년째 출연... 개근상이라도 줘야 한다는 칭찬도 아닌 비아냥도 아닌 이상한 이야기... 본선 라운드에서는 그렇게 승승장구를 하던 그가 3라운드만 되면 가사를 절어(잊어먹어) 매 회 탈락.
그나마 방송에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흔적도 없이 방송에서는 편집당합니다.
그는 건달 출신 아버지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고향 변산을 떠났습니다. 동네 노래방 중 시드니 방의 추억 아닌 추억을 뒤로하고, 어머니의 죽음에도 찾아오지 않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고향을 갈 마음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지만 거기서 그는 공무원 출신 작가 선미, 어장관리 전문 피아노 원장 미경, 혁수의 하수인에서 인생 역전한 건달 용대 등의 동창들을 만납니다.
근데 기뻐야 할 이 만남이 유쾌하지만 않은 이유는 뭘까요?





많은 감독이 여러 가지의 의미로 3부작, 4부작...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 삼부작'을 통해 복수와 용서 사이의 딜레마를 들려준다면 지금 이야기할 이준익 감독의 '청춘 삼부작'은 시(랩)를 통해 열정으로 나라를 지겨내고 걱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묘하게도 이준익 감독의 '청춘 삼부작'중 '동주'와 '박열'은 그래도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 세 번째 작품인 '변산'은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앞의 두 이야기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고 윤동주와 박열은 나라를 걱정했던 애국지사이기도했었죠. 그러고 보면 학수는 실존 인물도 아니고 현대를 살고 있으며 나라보다는 자신의 먹고 살일이 걱정인 사내입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시는 랩으로 변경되었을 뿐 창작의 열의를 보이는 것은 세 작품 모두 동일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이제는 나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생각하시겠지만 바로 이 모습에서는 과거 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시리라 봅니다. 과거 대학생들은 비정상인 과거 정부나 정권에 대항해 시위를 벌였고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대자보 문화도 발전했고요.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좋은 직장을 다녀야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것이 나라가 무너지며 무관심이던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안부를 물으며 미투 운동을 하며 다시 대자보가 붙어지는 상황을 보이게 됩니다.

결국 요즘 젊은이들은 박열과 윤동주처럼 나라 걱정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상황을 겪는 것이죠.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보여줍니다. 학수가 처한 상황도 결국 그런 모습이죠. 그런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청춘 삼부작은 묘하게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동주'에서 윤동주의 절친이자 고종사촌이었던 송몽규로 등장했던 박정민 씨는 래퍼로 등장해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김고은, 신현빈 씨 등의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보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아버지상을 연기한 장항선 씨가 학수의 아버지로 등장해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끈끈한 정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사회를 마치고 일부 관객들은 '변산'이 가볍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이준익 감독이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동주'와 '박열'로 무거웠던 분위기를 '변산'을 통해 그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것이죠.  그의 작품은 '왕의 남자'처럼 무거운 작품도 있지만 '황산벌'처럼 가벼운 작품도 있죠. 강 중 약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는 감독이라는 것입니다. 항상 진중할 필요는 없고, 자주 가벼울 필요도 없죠. 그런 점에서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이준익 감독의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앞의 질문에 대해 답해보죠.
청춘은 뭘까요? 엉뚱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학수의 아버지는 진정한 복수는 '행복하게 잘 살면 그게 복수다'라고 말합니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노을 마니아' 같은 삶을 살고 싶어 지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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