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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l 07. 2018

숫자로 보는 멀티플렉스 신 춘추전국시대.

CGV & 메가박스 & 씨네큐-세 극장의 각기 다른 도전기...


최근 아주 계획적으로(!) 최근 문을 연, 주인이 바뀐 멀티플렉스들을 방문했습니다.
멀티플렉스들의 지각변동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행사로도 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숫자로 보는 이들 극장의 이야기입니다.























1


1998년 4월 대한민국 최초의 멀티플렉스이자 멀티플렉스 체인의 시초를 알린  CGV가 문을 열었습니다. 1996년 제일골든빌리지라는 생소한 이름의 이 회사는 제일제당(지금의 CJ 그룹)의 자회사로 출발했지요. 설탕만 만들던 회사가 영화산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시 전자제품 종합 쇼핑몰인 테크노 마트에 첫 지점을 만들 것이라는 것과 더불어 그것이 CJ를 영화 왕국으로, 미디어 왕국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 못했을 것입니다. 그 사이 150여 개의 국내 지점을 거느리고 외국에 수많은 지점을 거느리고 인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1호점은 그 사이 많이 노쇠해졌습니다. 아무리 아이맥스나 4DX 등의 킬러 콘텐츠와 특화관을 거느리고 있어도 삐걱거리는 좌석에 천시트는 마치 고대 유물 취급받기 십상이죠. 1호 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 사람들은 더 이상 전자제품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갈 이유는 사라졌죠. 그렇다고 극장까지 노쇠할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1호점의 명성을 살리려면 뭔가가 필요했죠. 차별화 말입니다.
그들은 아마도 그걸 알았던 것 같아요. 1호점의 테마는 그래서 어쩌면 더 노골적으로 다가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숲 속을 걷는 기분의 자연친화적 상영관을 만든다는 것인데. 인공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무슨 개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CGV는 좀 다른 변화를 시도합니다. 그중 하나가 씨네 앤 포레입니다. 이미 CGV는 공식 SNS를 통해 씨네 앤 포레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적은 좌석의 특화관이라는 점에서는 골드 클래스를 닮았고 편안한 자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템퍼 시네마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1호점이니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나 봅니다. 이번 1호점은 좀 다른 시도도 보입니다.
북 앤 라운지는 미니 도서관을 표방한 모습인데 이미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로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그 시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각 상영관마다 상영시간과 상영작을 알려주는 미니 전광판을 달았습니다. 적어도 무슨 영화를 하는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점은 퇴장 시에서 발견합니다. 직원들이 문 여는 시간도 아깝고 그 인건비도 아까워서 그랬던 것일까요? 영화 상영이 종료되자마자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물론 기존 특화관인 4DX관과 아트하우스도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


사실 어딜 가나 막내는 힘듭니다. 후발주자는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나아갈 것이냐는 선발주자들의 모습을 참고하면 되는데 이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 있죠. 영화사 NEW의 고민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히트 영화가 많은 영화사지만 극장영업은 초짜이니깐요.
그러고 보니 과거 멀티플렉스 체인도 춘추전국시대가 있었죠. 씨너스가 있었고 프리머스가 있었지만 이들은 각각 메가박스와 CGV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고 마이웨이였던 롯데시네마와 더불어 3강 구도로 줄어들게 되었죠. 근데 다시 4개가 되었습니다. NEW의 멀티플렉스 씨네큐는 어쩌면 그래서 더 의외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의외로 1호점을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경주 보문단지로 정했다는 것은 좀 생뚱맞았으니깐요. 하지만 정말로 의외로(!) 1호점인 경주점은 분위기도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제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를 어떻게 사로잡느냐가 고민일 테니 말이죠.








그런 점에서 3호점을 서울로 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곳이 탄생된 배경입니다. 앞에 테크노 마트 얘길 해드렸죠? CGV 1호점은 강변 테크노 마트에 문을 열었다면 씨네큐의 서울 1호점은 신도림역의 테크노 마트를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곳도 과거 CGV였다는 사실... 하지만 직영이 아닌 위탁이었기 때문에 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많았죠. 특화 관도 없고 인테리어의 통일성에서도 배제된 느낌이었죠. CGV의 구형 발권기를 아직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영수증 티켓을 싫어하는 분들이 일부러 이 곳을 찾는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주인이 바뀌었으니 채질을 바꿔야 하죠. NEW가 만든 멀티플렉스는 아직 관객들에게 익숙지 않기 때문에 새로움과 더불어 익숙함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임원중에 메가박스 출신이 계셔서 그런지 몰라도 메가박스와 CGV의 장점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걱정은 씨네큐는 특화관이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킬러 콘텐츠(특화관)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죠. CGV는 내세울 것이 너무 많고 롯데시네마는 슈퍼 S나 슈퍼플렉스 G가 있고 메가박스는 MX나 더 부티크 등의 특화관이 있다면 씨네큐는 그런 게 없으니깐요. 그런 점에서 씨네큐 신도림은 소형 관인 7관을 고급관으로 만들되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도록 그 문턱을 낮춘 것이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 저가 정책이라는 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방식인 것은 분명하죠. 무엇보다도 씨네큐의 고민은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늘리고 인지도를 올릴 것이냐가 아닐까 싶군요.












100


멀티플렉스들은 은근히 숫자에 연연하는 편입니다. 0 단위로 숫자가 나올 때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과거  CGV가 신촌 아트레온점을 오픈했을 때가 그랬죠. 바로 이 곳이 100호점이었고 당시 CGV는 100호점을 기념해 영화 부율 문제 해결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점에서 메가박스의 100호점은 CGV처럼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년 계약... 과거 CGV 상암점의 계약조건이었고 이 곳의 새 주인이 된 메가박스 역시 이 계약서에 싸인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CGV에게 상암점은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나름 매출도 좋았고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통해 이곳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CGV나 메가박스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당초 강변점이 메가박스에 의해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이 소식이 흐지부지 된 대신 상암점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누군가에게는 전화위복이고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가박스의 100호점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자리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00호점 기념행사를 나름 성대하게 벌인 것을 보면 말이죠.


그렇다면 메가박스는 상암 월드컵 지점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요? 우선 메가박스의 자랑인 MX관의 신설입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코엑스점을 선호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CGV 아이맥스 부재를 대신할 수 있는 곳으로 MX를 선택한 것은 괜찮은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근데 그게 끝인가? 더 부티크 같은 특화관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으실 겁니다. 정장을 입은 메가박스 관계자에게 겨우 물었습니다. 일단 더 부티크관은 이번 상암에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과 대신 다양성 상영 특화관인 필름 소사이어티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립, 다양성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그렇다면 멀티플렉스 빅 3인(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롯데에 대해 확인해봐야겠지요. 롯데는 아직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새 상영관에 대한 소식도 없고요. 다만 최근 롯데쇼핑에서 독립해 영상 & 문화사업을 시작하는 롯데컬처웍스를 운영하는데 몇 달, 몇 년은 적응 기간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조조 요금 7,000원 시대에 주말에 13,000원을 거뜬히 넘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특화관이란 이름으로, 새 극장이란 이름으로 가격을 올리는 등의 꼼수가 유쾌하지 않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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