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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l 22. 2018

인랑

평화의 시대에 만나는 암울한 미래. 다시 찾아올 행복한 미래를 기다리며.



몇 년 사이 우리는 참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두 명의 대통령을 만났고 강이 파괴되고 넓은 바다에서 젊은 청춘들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다시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남북이 만나 다시 화해 무드로 돌아서는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그중 비록 간접적인 하지만 남북문제와 더불어 무장된 철갑옷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이데올로기 문제에 전면적으로 나선 세력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 애니메이션에 실사화에 도전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입니다.











2029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미래의 대한민국.
남북의 화해무드로 통일이 앞당겨지는 시점에서 남북의 통일의 부정적인 모습을 모여준 강대국은 경제 제재에 들어가고 경제 악화와 치안으로 인한 불안감은 매일을 시위와 집회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반정부 무장테러 단체 섹트의 등장은 정권의 골칫덩어리로 전략하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 조직 특기대가 창설됩니다. 하지만 첫 번째 축제를 준비 중인 여고 학생들을 테러집단으로 오인해 발포 명령이 떨어져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게 되고 두 번째로 섹트 비밀 본부를 급습하던 와중에 어린 섹트 조직원이 불안감에 스스로 자폭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여론은 특기대를 비난하는 쪽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특기대 일원인 중경에게 징계를 내리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자폭한 소녀의 유품을 전달해달라는 특기대 출신이자 공안부 직원이면서 과거 중경의 친구였던 상우의 부탁을 받게 됩니다. 남산 타워에서 유가족인 윤희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인랑'은 2000년 일본에서 개봉된 오키무라 히로유키 감독의 작품으로 오사이 마모루 사단이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이전에 '인랑'은 이 이야기의 뿌리가 되는 실사영화로 '붉은 안경'과 '케르베로스 지옥의 파수견'에 이은 세 번째 작품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할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세계최초의 '인랑'이 실사화 영화이기도 하지만 인랑을 다룸에 있어서는 리메이크적인 느낌의 작품이기도 한 것이죠.
오리지널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은 2차 세계대전에 승리한 일본의 가상역사로부터 출발합니다. 1960년대 일본은 전쟁에 이겼지만 무리한 경제 성장 정책으로 실업률로 인해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게 되고 정부와 대립하는 '빨간 두건단'과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자폭 소녀가 등장하고 희생된 여동생의 언니인 케이와 특기대 소속의 후세 카스키의 의도된 만남을 통해 많은 고난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원작과 김지운 감독의 실사 작품과 출발점이 거의 동일합니다.


영화와 원작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결국 이것을 나타내는 것은 연출진들의 역량이라고 보입니다. '밀정', '놈놈놈' 등을 통해 액션과 코미디를 잘 녹여낸 김지운 감독은 웃음기 빼고 원작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적인 배경이 매우 인상적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남북 화해무드를 예상한 것처럼 영화는 멀지 않은 미래의 평화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에 김지운 감독은 이미 오래전 각색을 완성 지었던 작품이고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근데 저는 사실 이것보다도 특기대의 모습에서 어느 한 단체가 떠올랐습니다.
뉴스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박근혜 정권 시절 탄핵이 실패했을 경우 국민들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고 그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기무사를 통해 또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소식이었죠. 국민들은 이 뉴스를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하게 되었는데 만약 정말로 이런 상황이 발생되었더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을지도 모르죠. 저는 기무사의 모습을 보며 영화 속의 특기대를 떠올렸습니다. 대통령 직속기관, 대통령 외에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절대권력, 무고한 시민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묘하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에 등장하는 특기대도 알고 보면 자위대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죠. 일본의 자위대 역시 일본에서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쿠데타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공포스러울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때 마침 이번 시사회에서는 김지운 감독과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진태 역의 정우성 씨와 함께한 GV도 있었는데요. 정말 수준 높은 질문들로 가득한 유익한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OST를 통해 김지운 감독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을 느낄 수 있었고 제작비 중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철갑 슈트였음에도 슈트가 가벼우려면 돈을 더 많이 쓰면 된다는 정우성 씨와 강동원 씨의 촬영 당시 들려준 대화 내용은 상영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죠. 영화의 로맨틱과 총격씬에서 등장했던 서울 남산타워가 촬영 장소로 사용된 이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서 저런 곳을 찾았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엔틱 한 분위기의 서울의 미래라던가 닭장 시내버스(?) 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좀 늘어진다는 느낌과 원작과 다른 결말을 보여준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가는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엔딩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엔딩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연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늑대라는 대목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김지운 감독은 전작인 '밀정'을 통해 나라 없는 설움에 용기를 낸 이름 없는 독립투사를 보여주듯 '인랑'에서는 평화가 없다면 이 세상도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국민과 정권의 대립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 평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비록 멀리 있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 가까운 남과 북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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