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6... 그 날의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위로하다.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습니다.
초대를 받았습니다.
영화 블로거였다 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당기는(?) 영화에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죠. 부랴부랴 퇴근을 하고 영화를 보러 왔습니다.
‘아저씨’와 ‘우는 남자’를 통해 한국형 액션을 보여준 이정범 감독이 신작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영화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칭찬과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오늘은 긴급히 이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악질경찰’(영문제목 Jo Pil-ho: the dawning rage/2018)입니다.
필호는 돈이 필요하다면 뭐든지 하는 비리 경찰입니다. 큰돈이 필요해 ATM기도 터는 간 큰 사내입니다. 목돈이 필요했던 그는 압수수색 물건으로 가득 쌓인 창고를 털기로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필호를 돕던 기철이 의문사를 당하고 그가 사고 전 보낸 동영상이 필호와 그의 여자 친구인 미나에게 보내졌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 속에는 어마어마한 배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정범 감독의 영화는 남성다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아저씨’의 원빈이 그랬고 ‘우는 남자’의 장동건이 그랬죠. 이정범 감독의 세 번째 남자 영화는 이선균 씨가 추축이 되고 있습니다. 근데 이선균 씨에게는 비리 경찰 역할이 처음이 아니죠. 이미 ‘끝까지 간다’를 통해 비리 경찰 역할을 보여준 그에게 이 영화는 새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한 남자가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 사건이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이긴 하죠.
그 중심에는 4월 16일의 아픔이 숨겨져 있습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그 날입니다. 세월호 소재를 다룬 영화는 많았습니다. 특히 다큐가 많았고요. 물론 극 영화로의 시도는 있었지만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부분과 아직은 시기상조이다라는 의견이 많았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잠시 기억 속이 잊히는 듯했습니다.
분명 ‘악질경찰’은 상업영화입니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며 투자사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져야 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의외의 진정성이라는 것입니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경찰관이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딸 지원을 도저히 가슴에 묻을 수 없었습니다. 지원이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방황하는 비행 청소년 친구 미나가 배달 오토바이를 훔쳐간 것은 용서할 테니 지원이 입었던 트레이닝 복이라도 돌려 달라는 것이죠.
어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실속만 챙기고 있죠. 장학금을 지원하는 인정 많은 할아버지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돈밖에 모르며 미나를 몇 푼짜리 인간으로 취급하는 정 회장은 대표적인 꼰대의 모습입니다. 자신 어릴 적 이야기를 장황스럽게 늘어놓고선 ‘성공시대의 표본’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지요.
‘악질 경찰’은 이선균 씨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호의 캐릭터는 레옹과 존 맥클레인(영화 ‘다이하드’)의 캐릭터를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마지막에 러닝 바람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해주죠. 이는 원빈 씨나 장동건 씨만큼의 멋짐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선균 씨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신예 전소니 씨는 이름은 익숙지 않은데 필모그레피를 찾다 보니 확인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죄 많은 소녀’입니다. 세 소녀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이들의 관계를 와해시켰던 또 다른 인물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죠. ‘악질경찰’에서는 사고뭉치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했던 소녀 미나로 열연하고 있습니다.
범죄 드라마 장르 다운 통쾌한 한 방이 등장하지만 보고 나면 여운이 남는 것은 어떨 수 없나 봅니다. 이는 마지막 장면의 안산 문화광장의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오락영화로만 생각하지 않고 삶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웃기는 장면이 있을 때는 같이 웃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같이 슬퍼해도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의 정체성은 결국 오락 영화니깐요. 하지만 적어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 리뷰는 시사회 관람 및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