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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Aug 05. 2018

공작

삐딱한 스파이의 올바른 일탈... 평화로 가는 한걸음.




스파이 영화라면 은근히 떠오르는 게 있지요. 최첨단 무기, 킬러들이 알게 모르게 숨어서 적인지도 모를 사람들을 감시하고 미모의 여성들이 주인공을 돕거나 혹은 혼선을 주는 역할들...
이런 영화들이면 엄청난 총격신과 이리저리 부서지는 건물들과 차량들을 떠오르기 충분하죠. 하지만 심리전으로만 긴장감을 준다면 그리고 그게 12세 관람가로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실화라면?
총풍 사건, 그리고 흑금성이라고 불린 남자의 이야기... 영화 '공작'(영문제목 The Spy Gone North/2018)입니다.










1993년 북한의 핵개발 소식이 들려옵니다.
정보사 소령 출신인 석영은 안기부로 스카우트되어 북한의 핵개발 여부와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하게 됩니다. 철저히 술에 찌들고 대출에 허덕이던... 정보들을 위장해 그들을 안심시키게 만들었죠. 결과는 성공적. 북 고위간부 명운에 부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보위부 과장 무택에게 끊임없이 의심받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에서는 그에게 남한의 정보가 필요했고 남에서는 북의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안기부 해외실장 학성의 지령을 받고 있는 석영은 과연 이게 옮은 선택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가운데 새로운 지령 아닌 지령이 들어옵니다. 남한에서 북한 사람들과  광고를 찍기 위한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것은 북한의 핵시설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수단. 과연 이들은 서로를 믿고 이 불안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요?


1997년 한나라당의 비선조직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당시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측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하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당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을 무너뜨리기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영화는 앞의 흑금성 프로젝트와 더불어 실제 벌어졌던 사건들을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2002년 시사 월간잡지인 신동아 11월호에 소개되고 실존인물인 박채서 씨를 통해 어느 정도 이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집니다.




'공작'은 여러 면에서 스파이 영화의 공식을 가지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거창한 신기술 따위도 없고 총격전에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하거나 건물이나 차량이 박살 나는 일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이런 장면들은 오직 대화를 통해서 벌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배우나 감독들이 이 영화를 자칭 '구강 액션'이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겟소리처럼 들리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는 것이죠.
이런 팽팽한 긴장감만으로 영화의 재미를 주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대사 없이도 12세 관람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리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은 평소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을 접근한 윤종빈 감독의 연출력이 한 몫한다고 생각됩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군대 폭력을 이야기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조폭과 공무원의 결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보여주었으며 '군도'를 통해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지적합니다.



영화는 의외로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는데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북한의 모습을 세트와 CG로 재연했고 당시 북의 최고 권력인 김정일을 모습을 재연하기 위해 특수분장팀과 더불어 배우 기주봉 씨의 노력은 김정일이 살아 돌아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또한 그 당시 통신사 광고의 주인공이었던 이효리 씨를 특별출연시킨 것도 신의 한 수였죠.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윤종빈 감독은 일부 연출된 장면을 제외하고는 실화인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편집되었지만 북측에서는 박채서 씨를 신뢰하게 되었고 북으로 전향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도 북측 인사와의 우정 역시 실제였다고 전해집니다. 사리사욕만 채우는 사람들들만 있는 게 아닌 인간적인 모습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장면은 석영이 롤렉스 시계로 북측 인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인데 이 역시 실제였다고 전해집니다. 윤종빈 감독은 '신세계'를 보지 않았던 터라 황정민 씨가 이 영화에서도 롤렉스의 무한애정(?)을 보여준 장면은 예상치 못했다고 전해 지네요.






남북의 화해무드로 돌아선 상태에서 저는 이 영화의 개봉이 자칫 북측을 자극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는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지나친 사찰 정치적 개입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요즘 그들이 일탈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 진정한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이며 대의를 위한 희생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공작'은 오락 영화 이상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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