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란

로망을 쓸까 /

by 송은란

나는 그저 하릴없이 로망을 쓸까, 로망이나 쓸까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나 볼까

너가 떠나갈 길을 응시하는 대신

실컷 너를 바라보고나 있을까

모든 걱정이 사라지듯이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들인 것처럼

아무 말 않고 그저

촉촉히 젖어갈 수도 있을까


너에게 나를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너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그렇게 바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누워 너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망설임 없이 한번 행복해져보고 싶기도 했다.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너라서

진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어

진짜를 보여줬던 너라서,

내 마음을 알아채는 것 따위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처럼 해내 보이던 너라서

섭섭한 마음이, 서운한 감정이 내 곁을 더 오래 머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도, 종착도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이 반복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지쳐가면서도 로망 같은 걸 쓰고나 있는 걸 수도 있겠다.

너를 바라며, 너를 바라보며

내가 꿈꾸었던 그 많은 곁가지들은

꽃을 피울까-

잎이 자라나, 넓고 크게 자라나

오래도록 푸를, 마르지 않을 나무가 되어 줄까.

너는 정말 그렇게 나에게 꼭 한 사람이 되어 줄까.

복잡한 마음에 너를 안는다

순간 따뜻한 기운이 내 온몸을 감싸어온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로망을 꿈꾸던 나도,

쓸데없는 걱정을 늘어놓던 나도,

사랑한다 잘도 말하던 너에게

대답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끄럼쟁이 나도,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그 자리에

사랑 같은 너와 굳이 사랑이고 말 내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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