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란

떠나온 것으로서의 항해 /

by 송은란

당신은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풀 숲 아름답게 피었던 꽃처럼

쓱 고개를 내밀고 활짝 웃고 있네요.

내가 당신에게 돌아갈 수가 없다면

그건 아마 우리의 시작으로는

이 이야기의 끝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의 밤이 아주 길고

슬프고 슬픔뿐이라고 해도

허무한 끝에 다 닿아

기약 없는 슬픔으로 끝없는 열망으로 잠자게 되더라도

아주아주 같이 있어줘요.

푸른 하늘 높은 하늘

아무것도 보내어지지 않는

기나긴 슬픔이라고 해도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연기들이

아름답게 부서지더라도

산산이 부서져가더라도

우린 손을 놓지 말고 계속 걸어가요.

안녕이라 말하면서

그대가 훔친 하늘가에서

달을 보고, 말을 걸고

왜 우리가 울고 있어야만 했는지 설명하면서요.

어째서 살아가고, 사라지고, 살아져야만 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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