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에 대해
2022년 10월 29일, 그날 나는 집에서 별다른 일정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갑자기 속보가 떴다.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고 사람들이 골목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골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나 싶었다. 하지만 뉴스를 지켜볼수록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계속 화면을 보면서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들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떤 장면에서는 세월호 때보다 더 견디기 힘들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제 시사회에서 본 영화 〈주희에게〉는 그런 사건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영화는 오랜 시간 가정폭력을 겪은 생존자, 전신 마비 상태에서도 번지점프를 꿈꾸는 사람, 세월호로 가족을 잃고 이후 상담사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제주 4·3 유가족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다.
영화는 사건 자체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그 이후의 삶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이어진다. 각자가 어떤 힘으로 다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힘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할 때 돌봄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시설이 아닌 집에서 생을 마감할 때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곁에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그 돌봄이 가족만의 몫으로 감당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가족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그 사이를 채우는 역할이 필요하고, 그것을 사회적 방식이나 새로운 형태의 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돌봄이 하나의 관계이자 구조로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폭력이나 사고, 장애는 결국 특정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 이후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느낌이었다.
〈주희에게〉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고,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조용하게 오래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