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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12. 2023

페트병 뚜껑을 모읍니다.

[100일 100 글]64일, 예순네 번째 썰 

나는 환경 보호에 꽤 관심이 많았었다. 텀블러는 상시 휴대, 장바구니도 들고 다녔고 플라스틱 빨대도 사용하지 않았다. 멸균 우유팩은 깨끗이 씻은 후 바짝 말려 차곡차곡 모아 따로 제로웨이스트숍으로 보냈다. 지금도 관심을 아예 놓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예전만큼의 열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신념처럼 지키고 있는 것은 있다. 내 최소한의 양심 같은 것인데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그리고 페트병 뚜껑 모으기이다 


텀블러 사용이야 워낙 많이 알려져 있고 흔하게 보이는 것이니 특별할 것이 없다. 빨대도 마찬가지. 요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종이 빨대나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빨대를 사용하다 보니 처음에야 불편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옥수수 전분 빨대와 유리 빨대를 애용하고 있다. 특히 설거지가 귀찮을 땐 옥수수 전분 빨대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활동에 비해 페트병 뚜껑 모으는 것은 아직 굉장히 낯선 움직임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플라스틱 페트병의 뚜껑과 그에 연결되는 목 띠는 크기가 작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해서 따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나는 사무실에서 내가 사용하는 페트병의 뚜껑과 목 띠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 전에 카페에서 받은 1L 크기의 트라이탄 통에 넣어두고 꽉 차면 집으로 가져온다. 집에서 모으다 어느 정도 쌓이면 다시 제로웨이스트숍으로 보낸다. 그곳으로 보내면 꽤 여러 가지 굿즈들을 생산하시니 버리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다. 이 과정을 무한반복한다. 


처음에 사무실에서 병뚜껑을 모을 때는 보시는 분들마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셨다. 그때마다 설명을 해드리면 앞서 말한 것처럼 굉장히 낯설어하신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셔서 병뚜껑을 따로 모아두셨다가 나에게 전달해 주신다. 사실 설명을 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민망하다. 뭔가 큰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굉장한 일을 하는 것처럼 오오 해주시니 말이다. 지금은 굉장히 뻔뻔해져서 대놓고 손을 내민다. 그럼 루틴처럼 내 손에 병뚜껑을 올려 주신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지 수년.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잘 버리는 것’이다. 쓰레기를 ‘잘’ 버리면 얼마든지 재생산이 가능하다. 사실 환경 얘기를 할 때마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는 말은 못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고, 내가 감히 설득할 수 없는 영역이다. 친환경 제품이 좋긴 하지만 간혹 구하기 어렵거나, 매우 비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버리는 영역만큼은 조심스럽게 제안을 한다. 사무실에서의 경험처럼 내가 먼저 움직여서 다른 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그냥 버려질 수 있는 플라스틱 병뚜껑이 내 손에 들어오는 선순환이 이뤄지니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바뀌는 것처럼 환경문제 또한 이와 같다고 본다. 환경문제 때문에 학교를 빠진 어느 작은 소녀의 행동은 현재에 이르러 노벨 평화상이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시작은 병뚜껑으로 시작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말이다. 그러니 별거 아니다 생각지 말고 일단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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