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71일, 일흔한 번째 썰
“집착하지 마. 자기한테는 특히 독이야.”
언젠가 신점을 보러 가서 들은 이야기이다.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어서 기억이 희미한데 유독 저 말만은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당시에는 딱히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겼는데 잊을 만하면 떠오르고,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말이었다. 왜 그럴까 했는데, 그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집착하지 말라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긴 이유는 그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었다. 집착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연인 사이에서나 쓰는 단어로 여겨졌다. 그런 관계에 있어 오히려 방임주의에 가까운 나에게는 딱히 와닿지 않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와서 이런저런 일로 힘이 들고 지치니 신점을 봐주신 선생님의 말씀이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걱정이 생길 때마다 일기를 쓰는데 언젠가 그 일기장을 들춰봤을 때가 있었다. 일기를 쓸 당시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쓸데없는 걱정들이 꽤 있었다. 별 잡스런 걱정 때문에 고민한 흔적을 확인했을 땐 너무 잡스러워서 실소가 절로 나왔다.
내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한 가지 걱정에 매몰되어 몇 날 며칠을 흘려보낸 것이다. 하나의 걱정 때문에 어깨가 아프고 잠도 못 자고.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별에 별 짓을 다 한 것 같다. 그렇게 일기를 보면서 신점을 봐주신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걱정을 하느라 당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좁아졌던 모양이다. 사람이 편협해지는 것이 글에서 보였다. 지금 와서 보는데 소름 돋을 정도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고민으로 손가락 아프도록 일기를 썼는데 이 무슨 생산성 바닥 치는 소리인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지 않냐는 말이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민해 봐야 답도 안 나오는데 계속 고민한 흔적들이 너무 많았다. 얼마나 그 걱정에 빠져 있었으면 현생도 제대로 살피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것도 한 가지 고민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집착은 나에게 특히 독이다. 아마도 그녀는 걱정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기장을 보니 눈에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아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엮여 있던 걱정들이 조금 해소되는 된다는 것이었다. 일기를 쓰며 걱정만 털어버리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집착까지 털어버려야 하다니.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걱정을 할 때마다 일기를 쓴다. 언젠가 걱정 때문에 일기를 안 쓰는 날이 오기를 바랐는데, 아무래도 한 동안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내 손가락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