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86일, 여든여섯 번째 썰
현재 내 차키에는 내 주먹만 한 곰돌이 인형이 걸려있다. 부피가 크지만 꽤 귀여워서 인형을 보는 순간 바로 차키에 연결했다. 보통 가방에 넣고 다녀서 때 타거나 떨어질까 걱정되는 것 외에는 불편한 점을 모른다. 그러다 내 차키를 본 어느 분이 말씀하셨다.
“네 나이에 너무 유아틱 하지 않아?”
그 얘기를 듣고 순간 웃으며 뭐 문제 될 것이 있냐고 돼 물었고, 그런 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분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조금 익숙한 상황이었고, 여지없는 질문이어서 웃었을 뿐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귀여운 것들을 좋아했기에 포인트가 될 만한 아이템을 종종 가지고 다녔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귀여운 인형이며, 나는 이런 곰돌이 키링이나 인형을 좋아한다. 지금은 처분했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 침대 옆에는 베개와 똑같은 사이즈의 라이언 인형이 놓여있었다.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는 이런 내 모습이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잘 들고 다녀서 일반화가 된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에 면역(?)이 안 되어 있으신 분들은 조금 놀라신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아이템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잇값을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그런 의문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는 보통의 한국인들에 비해 나이에 대한 강박이 없다.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몇 살에는 이걸 해야 하고, 몇 살에는 저걸 해야 하고. 이런 것이 없다. 대학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그 외 사적인 부분에서도 나는 남들보다 늦게 움직인 것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딱히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이 30년일 텐데 고작 1,2년 늦는다고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할까 싶은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평균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자체로 두려움을 느꼈었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뒤처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들의 속도에 맞춘다고 해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똑같이 두려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남들 따라가다 뭔가를 놓칠 바에야, 차라리 늦어버리자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지는 꼴 나지 말자 마음먹은 것이다.
이렇게 살면 일단 마음은 편하다. 굳이 남 따라 할 필요가 없으니까. 내 속도만 유지하면 탈선할 일은 없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보수적인 분들을 만나면 애정 섞인 오지랖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이것만 이겨내면 뭐, 남들보다 조금 늦는 것도 할 만한 일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