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타임이 평균 8시간?!
스크린 타임이 평균 8시간이라는 알림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일과 육아를 함께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루에 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잊고 있으면 혹시 어딘가에서 중요한 연락이 오지는 않았는지 내가 없는 사이 인스타에서는 더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부정할 수 없는 중독이었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매주 아이폰이 보내주는 리포트를 보고 나니 ‘아, 이건 조금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제 그 리포트마저 뜨자마자 보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꺼버린다. 문제를 의식하면서도 여전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 아기는 엄마를 부르고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인스타 스토리를 클릭하여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본다. 일을 하는 중에도 조금 풀리지 않거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심코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검색창의 연예면을 들여다본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손에는 항상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 주로 SNS 광고에 휩쓸려 무의식적으로 쇼핑을 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어찌나 소름 돋게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필요한 것이나 평소 사고 싶었던 것만을 쏙쏙 골라 나에게 보여준다. 나는 홀린 듯이 따라가 결제하고 만다. 글을 쓰다가도 막히면 바로 휴대전화 속으로 빠져든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정말 큰 일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론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습관일 테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이 상황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 상태로 휴대전화 속에서 헤매기. 잠시나마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다른 여행지에 가 있거나, 멋진 옷을 입어보거나,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하는 평범했던 일들을 네모난 휴대전화 속에서 바로 할 수 있다. 아이가 어질러 놓은 물건을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아이의 등원을 준비하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집을 청소하고, 답답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일을 하고, 하원하고 돌아와서 먹을 아이의 간식을 준비하고, 저녁은 또 무엇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클릭한 한두 번이면 너무 쉽게도 이 모든 일들에서 한 번에 해방될 수 있다. 나는 정작 해야 할 일들에서 소홀해지고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의 눈을 보는 시간이 줄었고, ‘일할 시간이 없다.’고 늘 볼멘소리로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문제를 자각하고도 개선의 의지나 행동이 없으니, 이것은 중독이 맞다.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단식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자마자 초조해졌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 버릴 것만 같았다. 살면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불안하다. 종일 쉬지 않는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내고 싶었다. 노와이파이존을 만들어 몇 시간이라도 지내볼까. 며칠, 아니 단 하루라도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시골로 들어가 볼까. 어떤 방법이 좋을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도자기를 만들러 다니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하는 일도 지겨웠고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움직여서 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우연히 시작했는데, 디지털 단식으로 이만큼 좋은 게 없다 싶을 정도로 집중이 잘 되었다.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빚는 일에 오롯이 몰입되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흐른다. 잠시라도 딴생각을 하면 도자기의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흙이 갈라져 버리기 때문에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일주일 단 두 시간의 디지털 단식. 이마저도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할 수 없지만 내 스크린 타임을 줄여주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리고 도자기를 빚으며 모나고 울퉁불퉁해진 내 마음도 반들반들하게 빚는 중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디지털 단식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