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또 새롭게 출근하는, 클릭 한 번을 줄이고자 하는 당신을 위해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는데,
교사인 나는 '왜'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까.
그것도 햇수로 8년째. 그리고 정신 차리면 퇴근하기도 바쁜 일상, 제정신으로 수업을 듣기도 힘든 체력, 거기다 '논문'까지, 한글을 켜놓고 깜빡이는 커서를 보다 노트북을 덮기 일쑤. 논문 몇 줄을 긋다 멀미가 나서 침대로 눕는 패턴, 내돈내산하며 뭐하는 짓일까, 도대체 졸업은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지팔 지꼰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
이제 제발 졸업이 하고 싶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의 졸업, 너의 논문.
지금까지 수 년을 생각을 자동화하려고 노력했다. 특히나 왠만한 서지 관리 프로그램은 "찍먹"해 보았다.
서지 관리 3대장이라는 조테로, 멘델레이, 엔드노트 이외에도 refworks, papers, 그리고 AI 기능이 있는 scispace까지, 정말 왠만한 도구를 다 써봤다. 그런데 이거구나! 하는 플로우가 없었다.
• 어떻게 하면 생각을 자동화 할 수 있을까
• 클릭 한 번으로 쏙쏙 프로그램으로 들어오는 도구는 없을까
• 매번 귀찮게 pdf를 다운받아야 하나? 클릭 한 번으로 들어올 수는 없나?
그러다 이 툴을 만났다. 바로, 옵시디언.
유투브를 보고 이거구나 싶었다.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 영상의 길이가 이상하다. 숏폼의 시대, 한 시간에 가까운 설명 영상이라니. 참고로 해당 영상은 다음과 같다. [링크] 그런데 이상하게 오기가 든다. 왠지 이거구나, 싶다. 그런데... 사용법이 너무 어렵다.
나는 평소에 '국평오'의 시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이해하기 어려우면 해당 지식은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 근무하며 이는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옵시디언이라는 도구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이 도구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두 번째 뇌, 그러니까 '세컨브레인'이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그토록 내가 찾아 헤매던 것. 도대체 이 도구가 무엇이길래,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일까.
돈을 벌기 시작하며,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방법은 돈을 쓰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해당 유투브를 올린 분께 연락했다. 과외를 받고 싶다고. 그렇게 서울대입구 역 앞 허름한 스터디카페에서 1:1 교습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어렵다. (물론 이 분께서는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알아듣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현재 이 분께서는 옵시디언 관련된 다양한 강의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 알려주신 꿀팁들은 지금 나의 루틴 속에 자리잡았다). 약간의 감은 잡았으나 역시나 이 도구에 대해 완전히 깨우치지 못한 채, 구글 드라이브와 각종 서지 관리 프로그램을 전전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햇수로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어찌 저찌 대학원을 다닌 나는 어느 덧 대학원을 수료하게 되었고, 드디어, 졸업 논문을 쓸 시기가 다가왔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세컨브레인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온다. 그 어려웠던 도구, "옵시디언"으로.
그리고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옵시디언의 개념을. 물론 100% 중 1%정도로 이해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과, 사용법을 그저 따라하던 3년 전의 나와는 다르다. 일상 생활 속의 루틴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으로,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나의 두 번째 뇌로 옵시디언을 사용하고 있다. 매 주 교수님께 생각을 담은 글을 써서 보내드릴 수 있는 것도, 하루 한 편이라도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두고 이를 글감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옵시디언 덕분이다.
교사는 직업병이 있다. 내가 희열을 느낀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이러한 아하 모멘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 마침 새롭게, 그러나 누구보다 진하게 만난 동료 선생님들께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이 정보를, 나만 알기는 아깝다. 교사이자 대학생원으로 사는 당신에게, 혹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각을 정리해두길 원하는 당신에게 권한다. 일단 옵시디언을 설치해보기를, 그리고 첫 번째 메모를 작성해 보기를, 그 메모에 #태그 를 붙이고 하루에 한 번씩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 담아보기를.
옵시디언 다운로드: https://obsidian.md/download
다음 글을 미리 스포한다.
"그래서 서지가 뭔데요"